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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24)시크릿 슈퍼스타

관습 깨고 꿈을 노래한 인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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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5살 소녀 ‘인시아’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심플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시아’로 대변되는 인도 여성 전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시아’라는 이름은 ‘여자’라는 뜻이다. 얼마나 여성을 하찮게 여기면, 이름을 ‘여자’라고 붙였을까.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래 부르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인시아는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꿈이다. 그녀의 바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 ‘나즈마’는 인시아에게 아빠 몰래 노트북을 사준다. 인시아는 그 노트북으로 SNS에 자신의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리려고 한다.

그렇지만 아빠라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그에게 들켰다가는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궁여지책으로 엄마는 인시아에게 부르카(무슬림 여성들의 전통 복식 가운데 하나)를 쓰고 노래하라는 아이디어를 준다. 인시아는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채 노래 부르고, 그 영상을 SNS에 올린다. 그리고 삽시간에 전 세계의 네티즌들을 사로잡는 시크릿 슈퍼스타가 된다.

영화의 메인 플롯은 인시아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빠, 즉 인도의 관습과 문화를 상징하는 ‘산’을 넘어 우여곡절을 거치며 반짝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그 뒤에 감춰진 서브 플롯, 어쩌면 감독이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인시아의 엄마 나즈마, 즉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나즈마는 시도 때도 없이 성질을 내며,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견디며 살아왔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아이섀도 대신 검붉은 멍 자국으로 칠해질 때가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것이 딸 인시아였다. 나즈마는 인시아가 자기처럼 살지 않길 원한다. 그래서 인시아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런 딸이 이제 엄마에게 아빠와 이혼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즈마는 자신이 없다. 이혼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이혼하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녀는 두렵기만 하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혼하라는 딸과 맞으면서도 아빠를 떠나지 못하는 엄마. 원망과 답답함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두 사람의 갈등을 보던 고모가 엄마의 비밀 하나를 알려준다. 인시아가 지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태중에 있는 인시아를 지우라는 아빠를 피해 엄마가 도망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기 전에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차별받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인도는 우리의 옛날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카스트까지 있다. 어디 인도뿐이랴. 아직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냉대받고 차별당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오래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관습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여성들이야말로 시크릿 슈퍼스타가 아닐까, 영화를 보며 생각해 본다.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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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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