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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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26)코다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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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 들을 수 있는 코다는 어려서부터 수어와 말을 하기에 가족과 세상을 이어준다. 그래서 더 빨리 철이 들고 자신의 소리보다 가족의 처지를 헤아리게 되는가 보다.

영화 ‘코다’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2014년 ‘미라클 밸리어’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전작이 평온하고 유쾌하다면, 활발한 부모님과 오빠로 인해 시끌시끌 코믹하고, 삶의 현장은 더욱 치열하여 사춘기 소녀인 루비 로시의 몫이 가볍지 않다.

첫 장면은 이른 새벽, ‘앤젤리나&로즈’라는 낡은 배로 아빠, 오빠와 함께 조업하는 루비의 모습이다. 거친 어부의 일을 하면서 갈매기 소리, 물소리에 얹어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며 주변의 거칠고 힘든 일을 잠재운다. 물론 너무 피곤해서 학교에서는 자 버리지만.

어느 날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가 합창단에 가입하는 것을 보고 무작정 따라서 가입한다. 학교와 어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는 마일스로 인해 잠시 잊었다. 하지만 이 일이 그녀의 일생을 바꾸어놓는다. 천부적으로 고운 목소리를 가진 그녀 안에서 특이함을 알아본 음악교사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는 세상에 널린 고운 목소리가 아닌 그녀만의 소리를 찾아 끌어낸다.

명상 등으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유쾌한 선생님은 루비가 자기 소리를 내도록 요구할 뿐 아니라 내면의 소리도 들으라 한다. 루비는 대학에 가서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으면서도 자신이 없으면 조업은 물론 잡은 생선조차 제대로 팔 수 없는 가족을 생각할 때 고민이 깊다. 결국, 이 문제는 가족의 문제가 되고 루비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자신들의 삶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에 선택이 쉽지 않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고 누군가를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가족은 울타리이고 의지할 수 있는 은신처이며 선물이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꿈을 위해 자신의 몫을 헤아려보는 것은 책임이며 사랑이다.

서로를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이 가족의 모습이 아름답다. 엄마는 루비에게 “네가 너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서 기쁘다”는 말을 한다.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이를 보는 것은 행복하다.

이 영화에는 아빠, 엄마와 오빠 역으로 실제 농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수화하는 연기자가 아니기에 그 진지함과 코믹함이 더 활달하다. 그들만이 주는 진정성과 신선함이 있다.

또한, 영화 ‘라라랜드’ 등을 통해 수많은 명곡을 유행시킨 마리우스 드 브리스 음악 감독이 ‘코다’ 사운드트랙을 맡으면서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루비 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의 가창력이 매력적이고 시원하다. 더위로, 코로나로 지친 이웃들에게 미소를 머금게 하면 좋겠다.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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