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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27)싱크홀

어렵게 마련한 내 집이 싱크홀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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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내 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고 거류민일 따름이다.” (레위 25,23)

김지훈 감독의 영화 ‘싱크홀’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이룬 주인공 ‘동원’이 빌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한다. 이사 첫날부터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같은 빌라에 사는 ‘민수’와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지만, 동원은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고 꿈을 이룬 것을 함께 기뻐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술이 깨지 않아 비몽사몽한 가운데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다. 커다란 싱크홀이 생기면서 동원이 사는 빌라가 통째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지하 500m 밑으로 떨어지게 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안에 갇히게 된다.

빌라에 남아있던 민수와 동원, 동원의 직장 동료들은 생필품을 모으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불침번을 세워 구조를 기다리지만, 지반이 약해져 구조요원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 폭우까지 계속되면서 구조활동은 더디게 진행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내린 많은 비가 싱크홀 안에서 차오르면서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다.

재난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원인인 ‘부동산과 땅’에 대한 인식이 자리한다. 동원이 자신의 집을 마련했지만,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꽤 많은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나 빌라 건너편 고급스러운 아파트 단지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아직 자취하는 동원의 회사 동료들이 내 집 마련 전까지 결혼을 미루는 모습 등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은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고 머물 곳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집은 더 이상 주거의 역할만을 하진 않는다.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된 지가 오래고 땀 흘려 모은 노동의 가치로 집을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주인공 동원에게 집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재해로 인한 재산손해를 넘어 11년 직장 생활로 어렵게 이룬 꿈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하느님 창조의 관점에서 땅과 집을 바라본다면 인간은 하느님 소유의 것을 잠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현세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만큼 가지고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내어놓고 떠나야 한다. 유한한 것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억지로 지키려 할 때 더 이상 영적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지 못한다.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길 위의 나그네’의 삶을 사는 우리는 진리 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다음 세대가 정당한 노동의 가치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부족한 이들과 나눌 수 있을 때 우리는 주님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8월 11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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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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