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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28)프릿지 이야기

소녀의 눈으로 본 독일의 통일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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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는 해마다 10월 9일 ‘빛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빛의 축제’라니 마냥 아름답게 들리기만 하는데, 실은 독일 통일을 이뤄낸 1989년 평화 혁명을 기념하는 자리라 한다. 그리고 이 평화 혁명의 배경에는 1980년부터 매주 월요일 열렸던 한 기도회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애니메이션 ‘프릿지 이야기’는 당시 사회주의 동독이었던 이곳의 학교에 다니던 어느 12세 소녀의 눈을 통해 본 독일 통일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프릿지는 방학 동안 헝가리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단짝 친구 소피의 집에서 소피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여행하는 동안 애완견 스푸트니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소피.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새 학기가 되어도 소피가 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반 아이들은 소피가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서독으로 탈주한 거라는데, 프릿지는 작별 인사도 없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릿지에게 서독은 바나나와 콜라를 먹을 수 있고, 바비인형을 살 수 있는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미 감시를 피해 서독의 TV 방송을 접하며, 서방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룬 자유로운 서독을 부러워한다. 그 여파로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 통행의 자유가 있던 헝가리와 중립국이던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독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떠나는데, 그 안에 소피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 나라 안에서는 ‘슈타지(Stasi)’라는 비밀경찰의 감시가 강화된 것도 모르고, 프릿지는 스푸트니크를 소피에게 데려다 주려고 혼자 헝가리로 떠나는 계획을 세운다.

친구를 위한 프릿지의 용기와 시도는 아슬함을 느끼게 하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한 소녀가 스스로 자신의 나라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감옥에 갇혀 있다고 느끼고,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한편, 프릿지는 나라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사는 곳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앞에서 소개한 성 니콜라이 교회의 ‘월요 기도회’ 일명 ‘평화의 기도회’가 그것이다.

실제로 1980년부터 크리스티안 퓌러 목사에 의해 시작된 이 기도회는 서서히 전국으로 퍼져 1989년 10월 9일에 비폭력 ‘평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하고, 같은 해 11월 9일에는 기적처럼 40년 동안 독일을 동서로 나누고 있던 베를린 장벽을 무너지게 한다. 계절이 바뀌듯 큰 변화가 자연스럽게 온 것이다.

국내에도 「어느 날 장벽이 무너진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독일 작가 한나 쇼트의 아동 소설이 원작인 이 애니메이션은, 마치 안네의 이야기처럼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시대적, 공간적 디테일을 섬세하게 담아내면서 독일 통일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좋을 영화이다. 끝으로 원작에 적혀 있던 ‘평화의 기도회’에서 바치던 마지막 기도를 옮겨본다. “주여 오소서,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이 민족 더는 갈라져 살지 않도록 하소서.”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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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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