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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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로맨스 로봇과 사랑에 빠지다

[영화의 향기 with CaFF] (130)아임 유어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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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오직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제작되었다면 그것은 행복을 주는 도구인가, 구세주인가.

알마는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이다. 그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3주간만 오직 그를 위해 프로그래밍이 되었다는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지내면 되는 것이다. 그는 별다른 기대나 부담도 없다.

3년째 자기 연구에 몰입 중인 알마. 자기 일이 소중한 그에게 톰의 로맨틱한 접근은 우스꽝스럽다. 그에게 톰은 그저 기계일 뿐이다. 이성적으로 인간이 기계와 교류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 그녀의 취향 등을 고려하여 그녀의 행복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로봇은 잘못 제작된 것일까.

아니다. 그랬던 그가 변해간다. 3년간의 연구가 가진 허점을 순간에 알아보고 대안까지 제시하려는 지성에 놀라고, 이성에 눌려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마음을 헤아리는 로봇 톰에게 빠져든다. 톰이 기계임을 의식하며 자신을 통제하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해주는 로봇 배우자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험 기간이 끝나고, 알마는 지적인 여성답게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동거가 사회에 미칠, 인간에게 미칠 해악에 대해서 잘 정리하여 보고한다. 결코, 로봇이 인류에게 답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이다.

그러나 결말은 다르다. 무엇이 옳은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 치명적인 유혹을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부부, 파트너로서의 자리가 로봇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전에 나왔던 ‘그녀(her)’에서는 OS(운영체제)를 사랑했던 한 남자가 나온다. 그는 오직 목소리만으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토록 사랑하는 그녀(her)가 동시에 몇백 명과 사랑한다는 것을 안 순간 그는 옛 연인이었던 인간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인간의 자리, 보루를 두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여지마저 사라진 듯 보인다.

이미 로봇은 인간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무겁고, 위험하고, 불편한 곳은 물론이고 지적이고, 감성적인 필요에도. 이 역할은 사업가들에 의해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더 인간다워지고 아니 신다워지려고까지 할 것이다.

아름다워지고, 건강하고, 늙지 않고, 지적이고, 감성적이고, 선하고, 바르고, 온유하고, 사랑스럽기까지.

이것은 인간에게 좋은 일일까.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저 대체물들에 의해 인간은 더 행복해질까. 과연 인간의 설 자리는 있을까. 하느님의 자리는.

감독 마리아 슈라더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는 것처럼 당황스럽다. 인류는 이 현실 앞에서 터부시보다 윈윈할 수 있는 그 자리, 철학적, 신학적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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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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