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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73)폭포

아픔 속에서 두터워지는 모녀의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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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상실감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영화 ‘폭포’는 남편의 외도로 삶이 무너졌지만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새도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게 살아온 주인공 핀웬(가정문 역)이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핀웬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으로 타이페이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남편과의 이혼 이후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항상 긴장하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딸 샤오징(왕정 역)은 고3 입시생으로 오로지 대학 진학이 인생 목표라서 그 외의 심지어 엄마에게조차 관심을 둘 자리가 없다.

영화 초반부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온 딸 샤오징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고 핀웬도 코로나로 인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위기를 맞는다. ‘코로나 블루’라는 재난적 상황에서 주인공 모녀 역시 정신적·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021년 제작한 이 영화는 코로나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우리는 실제로 지난 2년간 겪은 변화된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등 팬데믹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장면과 마주했을 때 오히려 생경한 느낌을 받는다.

핀웬은 신경쇠약으로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데, 과거 남편의 외도가 두려워 현실을 외면하고 애써 모른 척했지만 그녀의 영혼은 피폐해져 갔던 것이다. 심리상담사는 샤오징에게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샤오징은 어리지만 엄마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엄마의 편에 서서 대화하고 위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가장 소중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샤오징이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방법을 찾는 믿음직스런 모습은 매우 희망적이다.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녀가 살던 고급아파트를 팔고 떠날 때 외벽공사로 인해 씌워져 있던 방수포가 벗겨지는 장면은 그동안 단절되었던 핀웬의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보인다. 그녀를 괴롭혔던 폭포 소리 환청도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폭포’를 감독한 청몽홍 감독은 사진작가 출신으로 광고계에서도 활약한 대만의 중견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국에서는 물론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 ‘폭포’도 중국어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58회 금마장(Golen Horse Awards)에서 4관왕을 수상하고 베니스, 토론토, 부산 등 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초대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극장에서 접할 기회가 적었던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변화 중의 하나이다.

넷플릭스 서비스중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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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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