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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6일 신장성당에서 신자들이 173년 역사의 구산성당을 정부의 택지개발지정 부지에서 제척, 보전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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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반대의견 도지사 등에게 제출
어떠한 답변도 없어
1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교구 구산성당(주임 이승희 신부)이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 포함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추진 계획을 발표, 4개 시범지구(서울 강남ㆍ서울 서초ㆍ고양 원흥ㆍ하남 미사) 중 하남시 미사지구에 전체 6만 호(8056㎡) 중 4만 호(5466㎡)의 주택을 건설하고 한강 수변공간과 지자체의 문화를 연계해 국제관광ㆍ위락ㆍ레저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근 2세기 동안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신앙의 보금자리인 구산성당(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358-3)은 사라지게 된다. 이와 관련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반대의견을 하남시장과 경기도지사에게 이미 제출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없는 상태다.
성 김성우 안토니오의 생가터에 세워진 구산성당은 1836년 1월 모방(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이 고을에 김성우를 회장으로 임명하고 공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곳으로 교회사 적으로 보전돼야 할 의미 있는 장소다.
이승희 주임신부는 "`지자체의 문화를 연계`한다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산성당을 없애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화ㆍ관광 도시라면 그 뜻에 맞게 구산을 역사 안에서 기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이문자(엘리사벳, 53)씨는 "외국의 경우 구산성당보다 의미가 없는 성당도 여행지 코스로 정해 보존하는데, 하남을 대표하는 곳으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때에도 지켜온 구산성당을 없앤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산본당 신자들은 7월 25~26일 인근 신장ㆍ하남ㆍ서부ㆍ풍산성당에서 구산성당을 택지개발지정 부지에서 제척, 보전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7월 28일 탄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예약방식으로 올 9월 첫 분양에 나서고 12월 입주를 목표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