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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달이 해를 삼키는 우주쇼가 펼쳐졌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수라트에서 시작한 개기일식은 중국과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관측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의 80∼90 가량이 달로 가려지는 부분일식만 관측됐다. 한반도에 61년 만에 찾아온 가장 큰 부분일식이었다.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려 태양의 일부 또는 전체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이 태양면을 가로지를 때 발생하므로 달 그림자는 지구 표면 위로 지나간다. 그림자의 안쪽 부분에는 태양빛이 비쳐지지 않기 때문에 태양면이 달에 의해 완전히 덮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개기일식이라고 한다.
빛과 열을 발하는 태양의 힘은 선사시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어 초월적 힘으로 숭배됐다. 매일 아침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태양은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신비한 우주 질서의 증거였다. 바빌론에서 태양은 전쟁 영웅, 혹은 통치자를 상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태양은 일찍부터 영원함과 권좌, 특히 왕을 상징했다. 왕들의 탄생설화에는 태양이 자주 등장한다. 유교에서는 해를 임금, 부모, 남편에 비유한다. 태양은 어둠을 극복하는 희망으로 존재하며, 장생불사를 상징하기도 했다.
성경은 천지창조 넷째 날에 하느님 말씀으로 태양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하늘의 궁창에 빛물체들이 생겨, 낮과 밤을 가르고, 표징과 절기, 날과 해를 나타내어라"(창세 1,14). 태양빛은 하느님의 업적을 드러내는 표지가 됐다. "찬란한 태양은 만물을 내려다보고 주님의 업적은 그분의 영광으로 가득 차 있다"(집회 42,16).
구약성경에는 태양을 영웅에 비유하는 대목도 나온다. "그 소리는 온 땅으로, 그 말은 누리 끝까지 퍼져 나가네. 그곳에 해를 위하여 천막을 쳐 주시니 해는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 같고 용사처럼 길을 달리며 좋아하네"(시편19,5-6). 또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하기도 하고, 영광스럽고 빛나는 것을 비유할 때도 태양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새벽빛처럼 솟아오르고 달처럼 아름다우며 해처럼 빛나고 기를 든 군대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아가 6,10).
예수님은 선과 악을 포용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태양에 비유하셨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5). 예수님의 모습이 천상의 모습으로 변화될 때도 해는 천국의 영광을 상징한다(마태 17,2).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의로운 사람들의 거룩한 삶도 태양빛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마태 13,43). 초대 교회는 주일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이라 해서 주님의 날로 지냈다. 그래서 초대 교회 신자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도를 했으며, 동쪽을 향해 교회를 세운 예도 상당히 많다. 이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태양을 예수 그리스도의 대표적 상징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