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4일(현지시간)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일반알현을 집전하고 있다. OVS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과 러시아의 New START(뉴스타트) 조약에 대해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사라지도록 방치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4일(현지시간) 일반알현 말미에 "이 조약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이뤄낸 수단"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다. 양국의 배치 핵탄두 수를 각 1550개, 배치 미사일과 폭격기 등 운반체 수를 각 700개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5일(현지시간) 만료됐다.
교황은 이 사안을 미국과 러시아 차원의 외교 문제로 본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했다. 새 협정을 원하는 미국과 형식적 연장을 제안한 러시아 모두에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후속 장치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핵군비통제 마지막 제도적 안전판 사라져"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다. 2010년 체결됐고 2011년 발효됐다.
양국의 배치된 전략 핵탄두와 운반체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핵탄두 수는 1550개, 배치 미사일과 폭격기 등 운반체계는 700개 이하로 제한한다. 조약에는 상호 검증 체계도 포함된다. 2021년 양국 합의로 연장돼 2026년 2월 5일까지 효력이 지속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스타트 1년 연장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이 답하지 않으면서 최종 종결됐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3자 군축 체제를 원한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영국까지 포함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보다 자신들의 핵무기가 훨씬 적다는 점을 들어 3자 핵 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국제정세는 한반도 비핵화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러 군비통제 현황 및 한반도 시사점' 보고서에서 "뉴스타트 만료는 단순히 양국 간 협정 종료를 넘어 냉전 이후 유지돼 온 핵군비통제의 마지막 제도적 안전판이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협정의 체결이나 검증 복원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군비경쟁의 가속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강대국 간 군비경쟁 심화는 한반도의 안보 불확실성을 증폭한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위원은 군비통제 협력 네트워크 강화, 다자 군비통제를 통한 한반도 핵위험 관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비핵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실용적인 군비통제 외교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 양자 체제에서는 한쪽에서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기 때문에 다자 체제 구축을 통해 지속력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황 "방치하지 말라" 의미는?
레오 14세 교황은 뉴스타트 만료 하루를 앞둔 시점에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내일 2010년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뉴스타트 조약이 만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조약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이뤄낸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약이 이미 종료된 뒤 평가한 것이 아니라 종료 하루 전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교황은 뉴스타트를 단순한 미-러의 외교적 합의 이상으로 봤다. '중요한 진전'이란 표현을 사용해 핵 확산을 억제해 온 안전장치가 조약 실효로 인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교황은 이어 "이 조약이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사라지지 않도록 방치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국가 간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 과정에서 '그대로 사라지지 않도록 방치하지 말라(non lasciare cadere)'는 표현을 썼는데 조약을 연장하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든 간에 현재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상태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무엇보다 지금은 공포와 불신의 논리를 공동선으로 이끌고 평화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유산으로 만들 수 있는 공유된 윤리로 대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군비 경쟁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심화된다. 교황은 이를 '공포와 불신의 논리'로 규정했다. 평화는 힘의 균형이 아니라 공동의 노력과 책임의 결과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군축을 안보 전략의 차원에서 한 단계 끌어올려 윤리의 문제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