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창조되었나, 진화된 것인가. 이 ‘세기의 논쟁’은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 마치 과학과 신앙이 대립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했다. 오늘날 교회 청년들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여정 속 열린 강연 프로그램에서 평소 품고 있던 궁금증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조동원(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신부는 7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제4회 ‘WYD 수퍼클래스’에서 청년들의 질문에 “창조는 신앙이고 진화는 과학이론”이라고 명쾌한 답을 내놨다. 조 신부는 ‘신학과 과학의 충돌? 또는 조화?’란 주제 강연에서 “하느님의 창조는 실험 등을 통해 관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몸의 원자들을 비롯해 생명체들이 변화하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진화이론이라면, 이 세상 자체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이유인 ‘존재’에 대한 영역이 곧 창조 신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느님의 창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나아가 무생물보다 ‘존엄’하다는 근거가 있을까?” 서울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조 신부 또한 한때 이처럼 신앙이 과학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겼었다. 조 신부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과학과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주의는 엄연히 다르다”며 “세상 모든 것을 과학으로 바라보려 한 과학도의 눈으로 도저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었고, 진리에 대해 갈망하게 됐다”고 사제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밝혔다.
조 신부는 “신앙인이라면 마찬가지로 신앙으로 모든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신앙주의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신학대전」을 통해 밝힌 ‘신앙의 빛에 의해 완전해지지 않고는 인간의 지성은 더 높은 진리를 알 수 없다’는 문구는 신학생 시절 ‘인간의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하느님의 지혜 앞엔 보잘 것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조차 신앙과 과학이 분리된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종교가 없었음에도 “과학의 이름으로 신앙을 부인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신부는 “진리와 의미를 찾는 여정의 끝에서 과학이 답해주지 못한 걸 신앙이 답해줬다”며 “신앙은 과학을 배제하거나 모순·충돌하지 않고 과학을 포함하는 동시에 뛰어넘는다”고 했다. “과학이 작고 세밀하고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논하고 그에 대해 아주 좋은 답을 준다면, 신앙은 더욱 깊고 높은 차원인 궁극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답을 준다”는 것이다.
WYD 수퍼클래스는 여러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제5회 강연은 5월 9일 오후 4시 같은 곳에서 문학 분야 주제로 최은영 작가가 강연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