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떠나요] 樂山樂水(요산요수), 충북 영동 민주지산과 물한계곡
▲ 물한계곡은 태고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폭포와 때묻지 않은 작은 소(沼)들이 내뿜는 차가운 기운은 에어컨 바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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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차가운 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거침없이 아래로 줄달음 친다.
그 차가운 기운이 뙤약볕을 피해 산으로 들어온 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 그 요란한 소리가 더위에 숨죽인 깊은 산 속 고요를 흔든다.
충북 영동 민주지산과 물한계곡은 제법 입소문을 탄 명소인데도 다른 피서지에 비해 한적한 편이다. 계곡 입구에 있는 구멍가게 주인은 "영동 토박이들이 숨겨놓은 피서지"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렇다면 요산요수(樂山樂水)를 향유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요산요수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논어 옹야편)고 한데서 나왔는데, 요즘 같은 피서철에는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人山人海)인지라 그런 풍류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반도 등줄기 태백산맥에서 갈라져나와 남서로 뻗어내린 소백산맥은 추풍령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용솟음치듯 솟구쳐 오른다. 이 지점이 바로 민주지산(1242m)이다.
영동에서 산을 마주볼 때 정상 너머 왼쪽이 경북 김천, 오른쪽이 전북 무주다. 주봉 민주지산을 중심으로 석기봉ㆍ삼도봉ㆍ각호산 등 해발 1100~1200m 산들이 좌우로 곧게 늘어서 있다. 이 산은 산꾼들에게 `등뼈가 듬직한 산`으로 소문 나 있다. 삼도봉에서 각호산까지 4개 봉우리 15㎞를 종주하는 산행코스가 인기다.
병풍처럼 늘어선 산들이 만들어낸 골이 총길이 20㎞에 달하는 물한계곡이다. 물한계곡 물은 차갑기로 유명하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도 1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힘들다. 전나무와 소나무, 단풍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이 늘어선 입구를 통과하기만하면 계곡의 냉기(冷氣)가 바로 전해져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하다. 산에 들어서기만 했는데도 머리가 맑고 가뿐해진다. 또 숨을 들이쉬면 청량한 기운이 폐부 깊숙이 와닿는다.
이곳을 가족 여행지로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등로가 완만하고, 계곡 주변이 원시림처럼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삼도봉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면 옥소폭포ㆍ의용골폭포ㆍ음주암폭포와 옥색 소(沼)들이 차례로 나오는데, 코흘리개 손을 잡고도 어느 정도 산행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하늘을 뒤덮을 듯 늘어선 전나무숲에서 오붓한 피서를 즐기는 일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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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촌공소로 오세요!" 넉넉한 인심으로 피서객을 맞이하는 상촌공소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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