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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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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평화는 기도로 청해야만 얻을 수 있는 하느님 선물”

[신년 대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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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한반도의 평화가 증진되리라는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새해다. 아울러 우리 민족의 화해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을 해소하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실현될 수 있길 소망하는 해이기도 하다. 기해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서울대교구장이며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을 통해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염 추기경과의 신년 대담은 서면으로 진행됐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시작과 새 희망을 다짐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교회 안팎에는 함께 풀어야 할 여러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2019년을 맞는 국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부탁합니다.

 

“지난 한 해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2019년 새해에도 여러분과 각 가정에 하느님께서 평화와 사랑과 축복을 가득히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북녘에 있는 분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새해에 여러분이 바라는 꿈과 소망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좋은 열매로 맺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고통과 시련은 끝이 있고 결국에 지나가는 법입니다. 따라서 지난 고통과 시련은 잊고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의지하며 2019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한반도 평화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청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 명의로 추기경께 보낸 서한에서 “한반도의 항구한 평화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밝히셨습니다. 추기경께서도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을 초대해 평화를 위한 연대를 호소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고 계십니다. 모든 이가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이 될 교황 방북을 고대하고 있는 이때 가톨릭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성탄 메시지에서도 언급했듯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인간의 삶은 평화와 행복입니다. 반세기 전 성 요한 23세 교황님은 힘과 힘의 불안한 균형으로 전쟁만 피하면 그것이 바로 평화라고는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평화는 하느님이 원하는 질서, 보다 완전한 정의를 인간 사이에 꽃피게 하는 질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상의 평화는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 안에서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견고해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개인들 사이의 상호 관계, 시민들과 정치 공동체 간의 관계, 세계 공동체 간의 관계들을 바르게 건설하자고 촉구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평화로운 세계 질서는 진리와 정의로 건설되고 사랑과 연대로 완성되며 자유가 보장할 때만 실현된다’고 하셨습니다.(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 참조) 이 모든 가치를 전제로 서로 믿음과 신뢰 안에서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좋은 열매가 맺어집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세상 안에서 세상의 평화 건설을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모범적으로 실천하도록 소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성탄의 진정한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평화는 인간의 노력과 실천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대로 끝없는 용서와 조건 없는 나눔을 지닌 자비의 마음입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의 구체적인 실천은 기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기도로써 청해야만 확실히 얻을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평화로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하더라도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되어 약속하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추기경께서는 2019년 사목교서를 통해 가정 공동체의 복음화를 당부하셨습니다. 가정이 사랑을 배우고 키우는 학교로 성장하고, 신앙을 이어주는 못자리가 되며, 세상에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 교회와 평신도들이 우선으로 할 일은 무엇일까요.

“교회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 복음을 선포하라’고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그동안 사도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성령의 도우심 아래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우리 역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참다운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야겠습니다.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 교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평신도는 가정생활 안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기억하며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등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이것이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후예인 우리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출산과 양육 문제입니다. 힘들게 출산을 해도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절대 부족합니다. 요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에 관한 부모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교회가 한국 가정이 안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들이 늘어남에 따라 청년들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심화됐습니다. ‘가정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 위에 세워진 생명과 사랑의 친밀한 친교에서 태어난다’(「사목헌장」 48항)는 교회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이렇듯 교회는 청년들의 혼인 성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양성해야 합니다. 교회가 청년들의 결혼, 출산, 양육을 지원하고 사목적으로 도움을 줘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혼인과 출산, 양육에 대해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른 중대한 의무이자 기본적인 권리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인들도 교회 가르침보다 사회 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본당, 운동 단체, 학교, 교회의 여러 기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정을 지원하고 가정에 힘을 보태어줄 수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229항)라는 교황님 말씀처럼 교회 전체가 가정과 적극 동반해야 합니다. 교회는 출산과 양육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의 어려운 삶을 돌봐주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온전히 완수하도록 함께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또 가정에서 조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조부모가 육아를 전담하는 몫이 커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8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에서 “조부모와 부모는 자녀들에게 ‘믿음의 사투리’로 신앙을 전수하라”고 촉구하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조부모와 부모가 신앙의 기쁨을 사는 것은 그들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신앙 유산입니다.”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신앙인들이 가난한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이 12월 24일 주교좌 명동대성당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구유예절을 거행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지난해 보편교회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열고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걷기 위한 지혜를 탐색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시노드 교령을 통해 지역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사목이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그리스도인 젊은이들이 신앙의 열정을 잃고 유사종교에 빠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를 찾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현재 청년들의 주일미사 참여율은 교적대비 5% 미만입니다. 95%의 청년들이 교회를 찾지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 체험’이 없는 여러 교육과 행사, 현실의 문제에 대해 위로와 답을 주지 못하는 교회는 청년들을 유사종교로 빠지기 쉽게 만듭니다.

교회는 ‘미사와 성사생활을 통한 은총 체험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사목에서 탈피하고 미사와 성사생활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게 양질의 교리교육과 성경공부, 기도와 묵상 모임을 통해 청년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또 교회는 ‘하느님과 세상의 연결고리로서의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과 현실에 대해 깊은 갈등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에게 교회의 일방적 교리전달이나 훈계와 지시가 아닌 대화와 소통, 영적 친교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이러한 소통의 장을 교회 공동체가 나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주교시노드의 최종문서에서는 ‘청년들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합니다. 사목자들이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동반할 태세를 갖추어야 함을 말합니다. 유사 종교에 빠지는 청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목자는 더 이상 청년들을 그 자리에서 기다리지만 말고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추기경께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시며 이들을 위한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고용이 불안한 현실에서 사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교회가 너무 부유하고 가진 자들 편에 기울어져 있다고도 비판합니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와 사랑 실천을 촉구하시며 지난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기념 미사에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해주신 것처럼 우리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말씀하셨습니다(루카 14,13). 교회는 가장 작은 이들을 내 형제자매로 여기고 그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또 우리 자신도 물질적인 가난함뿐만 아니라 사랑의 가난함, 희생의 가난함, 정의의 가난함을 극복하는 주님 보시기에 참 좋은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 개념을 통해 평신도와 성직자의 동등한 존엄성과 품위를 강조했으나, 오늘날 평신도는 ‘지시를 받는 이’로, 성직자들은 ‘통치자’와 ‘지도자’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날 사제들이 어떤 모습을 살아야 할까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 평신도는 교회 내에서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성직자가 중심에 있다는 교회관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신도 사도직 역할과 사명이 공식화된 공의회 이후 평신도 역할과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성직자 중심 교회관은 일대 변혁기를 맞았습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보편교회에 일부 성직자들의 성직주의 성향을 강하게 경고하셨습니다. 평신도와 성직자는 결코 대립적이거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이끌어 가야 합니다.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이 제대로 양성되면서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평신도를 세례받은 교회의 한 일원으로서 교회의 사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평신도도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사목자들에게 ‘문을 열고, 이들과 함께 일하고 꿈꾸며, 이들의 삶을 성찰하고 평신도와 함께 기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우리 성직자들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추기경께서 보시는 한국 교회만이 지닌 보화(강점)와 반드시 쇄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요.

“한국 천주교회는 자생적으로 천주교의 싹을 틔우고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세계 교회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 교회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버린 순교자의 피로 성장해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14년 방한하셨을 때, 이러한 우리나라의 순교 역사에 깊이 감동하셨고 ‘한국 교회의 역동성에 감명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린 만큼 우리는 교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인 가정을 가장 먼저 복음화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사랑의 기쁨」에서 현대 사회의 가정이 직면한 위기들을 말씀하시면서 ‘복음의 메시지가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가정들 사이에서 언제나 울려 퍼져야 한다’고 권고하십니다. 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키우며, 전하는 못자리가 되어야 합. 가정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자기 가정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자신의 가정을 넘어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면서 그들을 복음화하는 가정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리=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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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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