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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3)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얀마·방글라데시 사목방문 의미 / 마이클 켈리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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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목방문을 통해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가톨릭교회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서구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신자들은 각자 편안한 모습으로 교황을 열렬히 환영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교회는 비록 작지만 복자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이 고백한 바와 같이 왜 가톨릭교회가 보편적인가를 충분히 보여줬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교회는 로마에 본부가 있는 거대 국제조직의 지부가 아니라 지역에 있는 교회다. 이러한 사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시아 교회에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사목방문에서 교황이 전한 메시지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21세기 교회의 모습을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미얀마에는 135개의 소수민족이 있고, 가톨릭교회는 미얀마 남부에서 다수 버마족에 시달리는 이들 소수민족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미얀마 교회는 소수민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는 불교국가이며, 군부와 민족주의자들이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양곤과 수도 네이피도로 교황을 환영하러 나온 인파들 중에는 소수 부족민 신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버스와 차를 타고, 심지어 며칠을 걸어 와 교황을 마중했다. 가난한 미얀마 신자들은 생존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다. 교황은 미얀마에서 50여 명의 예수회원들과 만났는데, 한 젊은 사제는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교황을 만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신자들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물었다. 교황은 피정자들에게 ‘수치의 은총’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던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을 떠올렸다. 교황은 그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로힌자 족을 만났을 때 또 다시 이 ‘수치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얀마에서 로힌자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이들을 소홀히 대한 모든 이를 대신해 용서를 청했다.

미얀마에서 교황은 로힌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언론은 교황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이 미얀마에서 한 모든 연설은 로힌자를 보호하자는 내용으로 귀결됐다. 교황은 로힌자라는 말을 쓰면 미얀마 내부에서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역교회의 의견을 수용했다. 교황이 로힌자라는 말을 사용하면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이 뭇매를 맞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얀마를 방문한 교황은 문화적 특수성을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의 의견을 존중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점이 부각됐다. 방글라데시 신자들도 자전거와 버스를 타고, 또 걸어서 교황을 만나러 왔다. 방글라데시는 아시아 최빈국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하지만 교황은 다양성과의 조우(만남)라는 특유의 작업방식을 이어갔다. 합쳐서 2억 2000만 명 정도 되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민 중 가톨릭 신자는 100만 명 정도다. 각각 불교와 이슬람이라는 대다수가 믿고 있는 종교가 있다.

교황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도 타 종교인을 만났다. 하지만 종교적 다양성에 접근하면서 가톨릭교회가 가져야 할 보편적 의미를 제시했다. 21세기, 오랜 식민지배를 받아온 아시아의 교회는 소수종교라는 인식을 갖는 것과 함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사이좋게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교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원주의를 우리가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친숙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원화된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한 토대는 타 종교를 존중하며 만나는 것이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많은 이슬람 신자와 불교 신자들도 만났다. 아시아를 찾는 교황에게 또 바랄 것이 있을까?

교황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목방문으로 세 번째 아시아 방문을 마쳤고, 올해에도 다시 아시아를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교황의 미얀마·방글라데시 방문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과 살아가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 위대한 승리였다.


마이클 켈리 신부 (예수회)
※마이클 켈리 신부는 호주 출신의 예수회 사제다. CathNews 시리즈 등 인터넷 미디어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으며, 2009년부터 아시아 최대 가톨릭 뉴스 통신사인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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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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