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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기쁨과 평화’ 넘치는 한국사회를 희망하며 / 이현숙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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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평화’는 민족, 문화, 종족, 종교의 차이를 넘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다. 비록 현실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희망과 용기 버리지 않는다.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기쁨과 평화’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은 이 온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분의 영은 인간 마음을 포함한 온 세상 만물, 광대한 우주 안에서 활동하고 계심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 세상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이고, ‘기쁨과 평화’ 넘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세상의 염려는 바로 교회의 염려라고 말한 바 있다.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교황 프라치스코도 이 길을 따르고 있다. 그러면 우리도 염려되는 한국의 현실 안에서 그 희망을 찾아보자.

요즘 한국인의 행복조건은 돈과, 가정 그리고 건강이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 즉 생명, 애정 (사랑과 돌봄), 물질에 대한 욕구와 관련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란 신종어가 유행하고 이어서 삼포세대, N포 세대라는 신종어가 생겨났다. 취업난으로 직장, 연애, 결혼, 육아, 주거, 마침내는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다. 거대한 돈, 자본의 힘 앞에 한 개인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이 불안하다. 지난 7월 새로이 시작되는 20대 국회 3당 원내 대표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정치인들이 한국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연일 들려오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듣고 있노라면 안도의 한숨은 잠깐이다. 최근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취중 발언 “국민은 먹이만 충당해 주면 되는 가축(개, 돼지)과 같은 존재”를 종교철학자 마틴 부버의 말을 인용해 풀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바로 정치인들에게 국민 한사람은 ‘너’라는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그것들’ 이라는 삼인칭 존재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가슴 아픈 사정들이 도무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 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취중 발언을 바꾸어 말하면 “정치인들은 민중의 먹이 충당을 위해 선출되었는가?”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게 충족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소비를 부추기며 돈의 가치를 극대화 하는 흐름에 편승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을 볼 때, ‘나는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할 수가 없다. 민중의 정신적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민중의 올바른 의식이 올바른 정치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헬조선’의 영향에서 신앙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어쩌면 세상의 흐름과 잘못된 신앙심과 결합해 더욱 더 기형적인 모습을 양산하고 있지나 않은지 묻고 싶다. 예수님도 이점을 지적하셨다.

특권의식과 갑질은? 교회를 심신 안정만을 위해, 친목활동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은지? 로마교회보다 더 로마적인 교회, 새로운 문명이 태동하고 있는 이 시기 지나간 전통과 관행에 대해 ‘왜?’를 묻는 것을 거부한다. 세속을 욕망하는 거룩한 삶, 중산층 교회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몫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남녀노소 빈부에 차별 없이 사람들을 평등하게 인격적으로 대하고, 서로 소통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비폭력적 해결 방법을 몸과 마음으로 익혀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거룩하게 사는 길이고,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다. 또 복음적 우주적 시민정신을 가지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는 길이다. 이 길을 걸을 때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우리의 온 존재로 생생하게 체험하고 그리고 ‘기쁨과 평화’를 갈망하는 이 시대에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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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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