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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에 만난 사람/ 서울 신수동본당 연령회 조순엽씨

마지막길 꽃길로 만드는 소명, 기쁘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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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염습(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후 옷을 입히고 염포로 싸는 일)하러 갔을 때는 무서워서 시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밤마다 시신이 나오는 꿈을 꿀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본 연령회원 한 명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고인을 똑바로 보세요.” 그제야 평온하게 잠든 고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보니 참 예뻤다. 서울 신수동본당 연령회 조순엽(크리스티나, 64) 부회장의 이야기다.



항상 기도하며 봉사

“돌아가신 분들을 예쁘게 옷 입혀 주님께 보내드리는 것은 보람찬 일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 중 연령회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느님이 저를 선택해주신 것이 기쁘고 감사해요.”

20여 년 동안 연령회 활동을 해온 조씨는 국가 장례지도사 자격까지 갖춘 전문가다. 하지만 상이 났을 때 조씨가 가장 많이 준비하고 신경 쓰는 것은 기도다.

“장례식장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장례를 치르는 내내 ‘주님, 돌아가신 분이 하느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품에 안아주소서’라며 계속해서 기도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이 기도니까요.”



또다른 보람 ‘선교’

조씨는 그동안 수십 명의 마지막 길을 뒷바라지했다. 지긋한 나이에 정정하게 생활하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도 있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불운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왜 우리를 데려가실까.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며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 묵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씨는 평소 성경 말씀 중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를 마음에 품고 지낸다. 연령회 활동을 하면서 주님을 만나는 날은 예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님을 뵐 그 순간을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내기보다 남에게 베풀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베푼 것이 하느님께 베푼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조씨는 연령회 활동을 하며 느끼는 또 다른 보람으로 ‘선교’를 꼽았다. 실제로 고인을 정성껏 모시는 연령회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 받는 유족이 많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부모님 장례를 치르다가 수십 년의 냉담을 푼 자제분들도 많고, 입교해 세례받은 분도 꽤 있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그분들에게 연락해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연령회 활동이 곧 선교인 셈이죠.”



천국은 ‘지금 이 순간’

조씨에게 천국은 ‘지금 이 순간’이다. 조씨는 현재를 천국처럼 살면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도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인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는 생일이에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마냥 슬프거나 두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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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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