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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유은재 리디아교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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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는 언젠가 멋진 영화를 하나 만들 거야.” “어 그래 좋네.”

나와 막둥이인 고등학생 동생과의 대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영혼 없는 대답이었다. 동생은 자기가 생각한 시나리오를 읊으며 조잘댔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속으로 ‘일단 공부부터 좀 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미안하게도 대화 마무리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 일단 대학부터 … 전문직이 좋지’라는 나의 근엄한 조언으로 마무리됐다. 소름 돋게도 그 순간 나는 너무나도 ‘꼰대’ 같았다.

‘꼰대’가 되지 않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고작 몇 년 더 살았다고 남의 앞날을 훤히 내다보는 양 조언하는 나부터도 그렇다. 물론 ‘꼰대’에게도 변명은 있다. 걱정은 진심이었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여전히 내가 한 조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대화법은 아니었다. 설사 마음속으로 ‘공부나 해’라고 생각했더라도 좀 더 관심 있게 이야기를 들어줬어야 했다. 하물며 누나와 동생 사이에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데 부모 자식은 어떨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이라고 한다. OECD 평균 2시간 30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밥 먹었니, 학교 갔다 왔니’ 같은 일상 대화로만 채워도 48분이다.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그 와중에 어쩌다 한번 대화다운 대화가 이어지면 말이 길어진다. 그래서 어른들이 제아무리 좋은 말을 한가득 꺼내놓더라도 정작 듣는 사람은 체할 거 같은 맥락 없는 대화가 된다.

지난 3주 동안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상담 사례로 보는 10대의 아픔’을 취재하면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청소년을 벗어난 지 겨우 10년 남짓 흘렀건만 나도 그들의 고민이 낯설다. 서로 터놓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한 번씩 불쑥 잡아 세워놓고 ‘공부는 잘돼 가느냐, 꿈은 뭐냐’고 묻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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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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