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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악기’ 리코더, 숨겨진 매력을 연주하다

리코더 연주자 겸 제작자 조진희 대표, 음악제 등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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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희씨가 지니리코더공방에서 자신이 만든 리코더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리코더는 이제 그의 분신이나 다름 없다.



리코더는 ‘초등학생용 악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리코더 연주회’ 하면 학예회 때 아이들이 크림색과 검은색의 플라스틱 리코더를 합주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리코더는 원래 중세시대에 유래해 바로크 시대(17세기)까지 널리 쓰인 목관악기다. 그러다 20세기 유럽에서 맑고 청아한 음색을 지닌 리코더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리코더계의 대부’로 불리는 리코더 연주자 겸 제작자 조진희(비오, 57, 지니 리코더공방) 대표가 국내ㆍ외에서 리코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가 살던 강원도 춘천을 ‘리코더의 메카’로 탄생시켰다. 1998년 ‘춘천 리코더 페스티벌’과 ‘춘천리코더콩쿠르’로 시작한 춘천 지역의 리코더 연주회는 2005년부터 ‘춘천국제고(古)음악제’로 발전했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온 최정상급 고음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춘천국제고음악제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 시대의 곡을 연주하는 세계적인 음악축제다. 춘천 인형극제ㆍ마임축제ㆍ연극제와 더불어 춘천을 대표하는 4대 축제로 선정됐다. 올해 춘천국제고음악제는 9월 8~16일 국립춘천박물관 등지에서 열린다.

조 대표가 몇 해 전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양평에서도 ‘리코더 바람’이 불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양수리성당에서 열린 ‘바로크음악제’가 그것이다. 올해 양평 바로크음악제는 오는 11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양평군 서종면 중미산로 136)에서 열릴 예정이다. 춘천국제고음악제를 감상한 경기도 시흥시장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2015년부턴 ‘시흥고음악제’도 열리고 있다. 대만의 ‘신주(新竹) 국제 리코더 콩쿠르’와 일본의 ‘후쿠오카(福岡) 고음악제’도 춘천국제고음악제를 벤치마킹한 축제들이다. 리코더를 향한 조 대표의 열정이 국내외에 리코더 선율을 울려 퍼지게 했다.

“초등학생 때 리코더를 배우던 친형의 미뉴에트 연주를 듣고 푹 빠졌습니다. 리코더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당시 국내 대학에는 리코더 학과가 없어 플루트를 배웠어요. 음색이 리코더랑 가장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플루트를 배우면 배울수록 리코더가 그리웠어요. 사범대를 졸업해 음악 선생님으로 발령받았는데 포기하고 유학을 갔습니다. 리코더 안 배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그땐 다들 반대했지요.”

조 대표는 리코더의 매력으로 소박함을 들었다. 플루트는 번쩍이는 모양처럼 외형과 음색이 화려한 데 반해 리코더는 나무로 만들어져 소박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화려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웃었다.

1989년부터 5년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리코더를 공부한 조 대표는 1994년 귀국한 직후 춘천리코더앙상블ㆍ춘천청소년리코더합주단ㆍ춘천주니어리코더앙상블 등을 창단해 리코더 보급에 힘썼다. 국내ㆍ외에서 콩쿠르 심사위원과 연주자, 강사, 방송 출연 등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오른쪽 귀가 ‘돌발성 난청’에 걸린 것이다.

“40대 초반에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때 ‘리코더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영감이 떠올랐어요. 일본의 리코더 장인을 찾아가 제작법을 배울 수 있었지요. 돌이켜보면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2006년 조 대표가 설립한 지니 리코더공방은 국내외 리코더 연주자들에게 호평받는 한국 대표 수제 리코더 제작사로 성장했다.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늦게 리코더에 관심을 둔 대만도 5개(우리나라는 1개) 대학에 리코더 학과가 있고 국제 콩쿠르도 활발합니다. 주님의 피조물인 나무를 오랜 시간 정성스레 깎고 다듬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든 리코더로 주님을 찬미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연주회는 드물 겁니다. 리코더 음색에 빠져 보세요.”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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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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