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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만난 ‘세월호’ - 100시간의 기록

“방한 내내 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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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쉴 때마다 ‘보고 싶다’ 한탄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자식은 이름밖에 부를 수 없습니다. 딱 한 번만이라도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바닷물에 불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시신이 상할까봐 제대로 안아줄 수도 없었습니다.”(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가족대책위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한 편지의 일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죽어서도 아이들 볼 낯이 없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유가족들은 교황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랐다. 그래서 교황에게 편지를 썼고, 교황은 방한기간 내내 매일 몸짓으로, 시선으로, 그리고 따뜻한 말로 답장을 주셨다.



■ 8월 14일 오전 10시51분.

  

  
서울공항에 착륙한 알리탈리아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이역만리를 날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딛었다.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차례대로 미소 지으며 인사하던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교황의 환영 명단에 포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남수현(가브리엘)씨와 부인 송경옥(모니카)씨, 박윤오(임마누엘)씨, 김봉희(마리아)씨 등 모두 가톨릭 신자였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교황의 방한이 그들의 슬픔과 고뇌를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김봉희씨는 환영식 직후 인터뷰에서 “분노를 가슴에 담고 있을 뿐이다. 기쁜 일이 있어도 좋아하지 못한다. 너무 아프다. 교황님께서 위로 말씀 주셔서 진실이 규명이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 8월 15일 오전 10시30분.
  
 
헬리콥터 대신 KTX로 대전을 찾은 교황이 일정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의실 앞에서 10명의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만났다.

“세월호의 아픔,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해 줄 것을 부탁한 세월호 유가족과 학생들에게 대답한 교황의 말이다. 1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곧 미사가 시작되자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월호 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떨리는 만남이라 긴장되고 울적하기도 했지만 교황님께서 미사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나왔을 때는 정말 놀랐다”면서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먼데 교황님이 달고 계신 노란 리본 배지를 보고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8월 16일 오전 9시31분.
 

 
시복미사를 위해 이동하던 교황의 차량이 광화문 광장의 끄트머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천막 앞에 멈추어 섰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복미사를 앞두고 나눈 ‘깊은 포옹과 인사’, 여전히 교황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 배지가 붙어있었고 교황은 인사가 끝났음에도 400여 명의 유가족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고서야 자동차에 올랐다. 방한을 앞두고 철거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시복미사에 참여한 100만 군중들은 이들의 세월호 천막을 가슴에 품었다

■ 8월 17일 오전 6시28분.
 
 

 
 
아직 동트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세월호 유족 이호진씨와 자녀 둘이 도착했다.

“앞으로 복음에 따라 신앙생활 열심히 하겠습니까?”

세례식을 집전한 교황의 물음에 “네”라고 대답한 이호준씨. 세례식이 끝나자 “교황님께서 세월호 가족을 잊지 않으셨다. 김학일씨와 제가 왜 십자가를 들고 걸었는지 다 알고 계셨다. 우리의 염원이 담긴 십자가를 바티칸에 가져가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묵주 선물을 수원교구 김건태 신부에게 전달했고 김 신부는 19일 서신을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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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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