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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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정 자비의 교회] (3) 삼포 세대와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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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축복” 공허한 메아리 되지 않도록

세계은행은 지난 4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경제 구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15~64세 인구가 2040년까지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십수 년째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해 온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다.

한 나라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는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4~49세)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2.1명 밑으로 내려간 해는 1983년(2.06명)이다. 이후 30년간 출산율은 2.1명을 밑돌았고 2005년에는 1.08명으로 바닥을 찍기도 했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14년 출생ㆍ사망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출산율은 1.21명이다. 첫째를 출산하는 산모의 나이는 해마다 높아져 2014년엔 30.73세로 나타났다.

출산율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지 오래지만 각종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출산율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30 젊은이들에겐 혼인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됐고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더해지면서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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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유선영(35)씨는 3년 전 혼인했지만 출산할 계획은 없다. 혼인 전부터 주변에서 아이를 낳고 일하는 ‘워킹맘’ 선배와 친구들을 보며 아이 낳을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다. 유씨는 “워킹맘들은 일하랴 애보랴 애 봐주시는 부모님 눈치 보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옆에서 지켜보면 애 낳을 생각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유씨의 롤모델은 자녀 없이 사는 선배 부부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또래 선배들과는 달리 삶이 여유로워 보여서다. 유씨는 “(자녀 없는) 선배 부부는 주말마다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즐기며 산다”면서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사는 선배들을 볼 때면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녀 1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는 3억 896만 원(2012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한 달 평균 120만 원가량 드는 셈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사교육비가 차지한다.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부모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녀를 생명의 선물로 받아들이기보단 경제적 부담으로 느끼는 인식이 확산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전국 20~30대 기혼ㆍ미혼 남녀 5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현대경제연구원 2014) 결과에서 응답자의 74가 출산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경제적 문제(출산 및 양육비 부담 44 전반적인 경제ㆍ고용상황 불안 30)를 꼽았다.

경제적 상황이 뒷받침되더라도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도 출산율 저하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원생 김지형(29 가타리나)씨는 혼인할 생각이 없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 혼인하고 출산하면 유학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은 내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결혼 때문에 아이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 휴직 중인 박윤진(34 미카엘라)씨는 6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다. 출산 후 두 달간은 밤낮없이 보채는 아이 때문에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박씨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면서 “남편이랑 둘째는 낳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보면 사랑스럽고 예쁘긴 한데 가끔 너무 힘들 때면 왜 낳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년에 복직하게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데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때문에 불안하고요. 아이한테도 미안하고 이런 처지에 있는 저 자신에게 속상해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파격적인 출산 지원과 과감한 육아 복지로 부모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며 맞벌이 부모에겐 일할 기회와 양육의 기회를 충분하게 제공하고 있어 출산 장려 정책의 모범 국가로 꼽힌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출산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임을 지적한다.

가정을 주제로 한 2014년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를 마친 주교들은 출산하지 않으려는 현대 사회의 사목적 도전에 “교회는 진리와 희망을 말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했다. “혼인과 그리스도교 가정의 소중한 가치는 개인주의와 쾌락주의에 물든 시대에도 인간이 겪게 되는 추구에 부응합니다.…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는 언제나 그 안에 현실을 담고 있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일치하는 자비와 사랑의 역동을 지니고 있습니다”(2014 세계 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보고서 중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출산의 가치를 한결같이 강조해온 가톨릭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담당 박수환 신부는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신자 청년이나 비신자 청년이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가톨릭 교회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임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혼인과 출산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혼인을 준비하고 출산을 앞둔 이들에게만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꾸준하게 가르쳐 가정에 대한 가톨릭 교회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가톨릭 교회 노력들

임신부 및 태아 축복 미사

▲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임신부 축복미사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아이를 가진 임신부를 위한 미사다.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새 생명을 축하하는 시간이다.

미사 중엔 임신부와 그 가족을 위한 사제의 안수 축복이 있다. 일부 본당에선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기도를 바치며 아기가 태어나면 유아세례를 받도록 이끌어 준다.

청소년 생명교육-틴스타

미국 의료선교수녀회 한나 클라우스 수녀가 1980년대 초 미국 내 10대 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든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산부인과 의사이기도 한 클라우스 수녀뿐 아니라 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교육학자 등이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전인적이고 총체적인 생명 교육으로 청소년들에게 성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생명 탄생이라는 성에 담긴 존엄한 가치를 강조 성행위가 반드시 혼인 생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문의 : 02-755-2629(한국 틴스타)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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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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