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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의 와인오디세이]삼위일체(The Holy Trinity) 와인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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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로고스적 가톨릭의 교리를 파토스적 와인으로 이해하다

▲ 성부와 성자 성령을 상징하는 성화.

대학생 때부터 군대를 거쳐 복학해 대학원 시절까지 주일학교 교사를 한 10년 했다. 당시 가톨릭의 엄정한 교리를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동정녀 잉태 욥의 고난 삼위일체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 ‘그리스도교 문명권에서 탄생한 와인’이라고 하는 아이템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어 관련 와인을 마시게 되니 그 당시의 에피소드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미소 짓곤 한다. 그렇다. 가톨릭의 품 안에서 태동한 와인이기에 와인 이름이나 레이블 디자인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표현과 상징이 매우 풍부하다. 그중에서 이번에는 삼위일체에 관한 와인을 마시며 삼위일체의 어려운 교리를 풀어 보고자 한다.

성삼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트리니티(Trinity)는 ‘셋’을 의미하는 라틴어 트리니타스(Trinitas) 에서 유래했다. 성(Holy) 삼위(Trinity)는 성부(the Father)와 성자(the Son)와 성령(the Holy Spirit)이다. 성부로부터 모든 것이 나왔고(from the Father) 성자를 통하여 다스리시고(through the Son) 이 모든 것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다(in the Holy Spirit). 성 삼위는 하나이나 구별되어 인격적으로 활동하신다는 것이 가톨릭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다.

나에게 있어 성부는 엄격하고 성자는 자상하며 성령은 따뜻했다. 이런 삼위일체의 뜻과 신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와인이 있으니 바로 ‘The Holy Trinity’ 라는 호주 와인이다. 남호주의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 라고 하는 지역에서 생산되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생산자 그랜트 버지(Grant Burge)는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시 근처의 바로싸 밸리에 포도밭이 있다. 이 회사는 자기 농장의 영내에 작은 경당을 가지고 있는데 작은 규모의 가족 경당이다. 건물이 돌로 되어 있어서 꽤 인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경당 이름이 ‘삼위일체’였다. 이 와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경당 이름에서 따왔나 생각했다.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 The Holy Trinity 와인.

그러나 레이블에서 포도 품종을 살펴보았을 때 나는 무릎을 탁 쳤다. 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세 종류의 품종을 섞어서 만든 와인이었다. 이런 와인을 블렌딩 와인이라고 하는데 그르나슈 품종과 쉬라즈 품종 그리고 무르베드르 품종을 배합했다. 즉 세 가지 품종을 섞어서 한 와인을 만든 것이었다.

각 품종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다. 그르나슈 품종은 온화함을 주니 성령과 같다. 쉬라즈 품종은 향기를 주니 성자와 같다. 무르베드르 품종은 힘과 골격을 느끼게 해 주니 성부와 같다. 그래서 이름을 ‘삼위일체’(The Holy Trinity)로 지은 것이라고 해석해 본다.

삼위일체 와인은 깊은 암적색을 띠니 삼위일체의 심원한 신비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준다. 향에서는 진한 과일향과 향신료 복합적인 나무 향이 풍겨 나온다. 맛에서는 검붉은 과실과 스모키한 다크 초콜릿의 감미로운 터치가 힘찬 알코올과 더불어 스파이시한 풍미를 준다. 본격적인 겨울의 길목에 접어드는 이 시기 따뜻한 남반구 호주에서 온 감미롭고도 힘차고 온화한 와인을 마시며 가족과 함께 삼위일체의 신비를 되새겨보자. 스테파노 손진호와인연구소

성부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성화와 ‘The Holy Trinity’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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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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