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51차 세계성체대회 참가기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열정·가난이 공존하는 필리핀… 성체 신심 뜨겁게 달궈

▲ 1월 27일 마볼로성당에서 한국 순례단과 필리핀 신자들이 함께한 ‘본당과의 만남’ 미사에서 한국과 필리핀 주교들이 신자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 1월 31일 성체대회 폐막 미사에 앞서 세부 신자들이 시눌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제51차 세부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가 1월 31일 사우스 로드 프로퍼티스(SRP)에서 교황 특사 마웅 보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 이정주 신부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

제51차 세계성체대회가 지난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필리핀의 세부대교구에서 열렸다. 주교회의는 세계성체대회마다 대표단을 파견하는데 이번에는 장봉훈(청주교구장) 주교님을 단장으로 박정일(전 마산교구장) 주교님 등 40여 명의 신자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필리핀 교회는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앙이 가장 뜨거운 곳이다. 1521년 스페인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곳이 바로 세부이다. 세부에는 높이가 3~4m 되는 마젤란의 십자가가 작은 경당에 모셔져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아시아에 처음으로 십자가가 도착한 곳이다. 정치적으로는 이때부터 300년간 스페인 식민 시대가 시작됐지만 필리핀에 뜨거운 가톨릭 신앙이 정착하게 된 계기도 됐다. 이때 마젤란이 십자가와 함께 선물한 산토 니뇨(Santo Nino; 거룩한 아기 예수)가 오늘날까지 필리핀 문화와 축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오늘날 성체성사의 의미 되새겨

이번 성체대회는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 우리 영광의 희망’이라는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1장 27절의 말씀을 주제로 거행됐다. 매일 오전에 다양한 교리교육과 미사 전례가 거행됐는데 한국 참가자들은 언어의 어려움으로 본부에서 제공하는 통역을 통해 강의를 들었지만 성체성사의 의미를 뜨겁게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턱슨 추기경은 ‘성체성사와 피조물의 보호’라는 주제 강연에서 봉헌의 의미를 피조물과 맺는 관계 안에서 풀어 주셨다. 턱슨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는데 우리 인간들이 땀 흘려 곡식을 가꾸는 동안에도 땅과 태양 물 등의 자연 에너지를 보충해 주시고 우리는 이 하느님의 선물로 얻은 곡식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며 이 봉헌물이 바로 하느님의 축성으로 우리에게 다시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되돌아온다는 성체성사의 의미를 되새겨 주셨다.

마닐라대교구장 타글레 추기경은 아주 쉽고 명확한 강의로 유명하시다. 타글레 추기경은 ‘성체성사와 문화와의 대화’라는 강연에서 요즘 팽배해지고 있는 ‘버리는 문화’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셨다. 우리가 아직도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무관심하며 자연재해를 입은 이들에게 구호품을 보낼 때 우리가 필요 없어서 버리는 것들을 보내는 세태를 날카롭게 지적하셨다. 또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가족들 친지들 공동체 형제들마저도 쉽게 버리려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시며 듣는 이들이 하느님 선물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이끌어 주셨다.

필리핀은 뜨겁게 타오르는 가톨릭 교회와 함께 엄청난 가난이 공존하는 곳이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선교하는 수녀님들에게 극심한 가난에 찌든 아이들의 모습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또한 우리가 40~50년 전에 겪은 모습이었기에 훨씬 더 절절하게 다가왔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깊이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마침 장봉훈 주교님께서 우리가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격려하셔서 참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봉헌하기도 했다.

세계성체대회 본부에서 마련한 다양한 행사들 개막 미사 폐막 미사 성체 행렬 등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성체 신심으로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지역 본당과 만남에서 한국 참가자들은 마볼로라는 본당에 초대를 받았는데 두 분의 필리핀 주교님과 20여 명의 신부님께서 미사를 공동 집전해 주셨고 훌륭한 저녁 식사와 필리핀 전통문화 공연도 준비해 주셨다. 우리는 답례로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노래했다. 특히 아리랑은 마볼로본당에서도 먼저 환영가로 불러 주어서 우리를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통 축제와 신앙 어우러진 아기 예수 경배 축제

폐막 전날인 30일에는 필리핀 최고의 산토 니뇨 경배 축제인 시눌룩 축제가 진행됐다. 필리핀의 전통 축제가 가톨릭 신앙과 접목되면서 아기 예수 경배 축제가 이뤄지는데 당일에는 경연에서 우승한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각각 200~300명씩 참여해 웅장한 춤과 노래 장단을 선보여 스포츠 센터에 모인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폐막 미사는 이번 대회 교황 특사이신 마웅 보 추기경께서 집전해 주셨다. 미얀마의 양곤대교구장이면서도 필리핀 세부의 지역 언어인 비사야어로 오랫동안 인사를 하셔서 세부 신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셨다. 보 추기경은 필리핀 교회가 아시아 교회의 샛별이며 현재에도 가장 뜨거운 공동체임을 강조하셨으며 이제 필리핀 안에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선교의 정신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성체는 우리 신앙의 가장 중심이고 기반이다. 이 신심을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익혀야 한다는 장봉훈 주교님의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다.

사진=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02-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8

1요한 2장 15절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