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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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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46) 주님의 섭리와 지팡이

서울과 평양의 참목자로 행복한 교회 만들 것 다짐

서울과 평양의 참목자로 행복한 교회 만들 것 다짐

▲ 주교좌에 앉아있는 정진석 대주교.

▲ 정진석 대주교가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성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착좌를 위해 주교좌로 향하는 정진석 대주교.

▲ 착좌 미사 입당 전 주교들과 함께.





정 대주교, 28년 몸담은 청주교구와 작별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 하느님 은총 청해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특별한 소회 밝혀

서울대교구 지키다 납북된 번 주교 언급

북녘 교회에 대한 애정에 모두 감동



1998년 6월의 끝자락에 정진석 대주교는 정든 청주교구를 떠났다. 아침부터 정 대주교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신자들이 청주교구청으로 몰려들었다. 정 대주교가 청주교구 사제단, 신자들과 함께한 세월이 28년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청주교구에서 보냈으니 서로 정도 많이 쌓여 있었다. 서울로 떠나려고 정 대주교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여 있던 신자들은 탄성과 함께 박수로 정 대주교를 배웅했다. 떠나는 뒷모습에 이별을 실감한 신자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교님! 청주교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하는 마음에 정 대주교는 눈을 들어 하늘을 봤다. 할머니들은 정 대주교의 손을 끌어 잡기도 했다.

"주교님! 시골에서 너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디서든 건강하세요. 저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시 볼 수가 없겠지요. 기도할게요, 주교님!"

오히려 정 대주교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신자들을 보자니 정 대주교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노인들은 어쩌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며 정 대주교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청주까지 마중 나온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염수정(현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신부와 동승해 명동에 도착했다. 정 대주교가 서울로 다시 돌아온 것은 30년 만이었다. 차창 멀리 명동대성당의 종탑이 보이니 감회가 깊었다. 서울대교구청 마당에는 보좌 주교들, 각 국장 신부들, 교구청 직원들이 일찍부터 나와 정 대주교의 서울대교구장으로서의 입성을 가장 먼저 축하했다. 정 대주교는 곧바로 명동대성당으로 올라가 잠시 기도를 바쳤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28년 전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낯선 청주교구에 두려움을 가지고 도착한 것이 어제같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주님의 뜻이었고 은총이었습니다.

성당 신축도 선배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잘 이뤄졌고, 하느님께 사제 100명을 달라고 떼썼던 떼쟁이 주교의 청도 잘 들어주셔서 바로 며칠 전 있었던 사제서품식으로 청주교구 전체 사제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말 오로지 사제들과 신자들이 한 것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청주교구 신부님들, 수녀님들, 신자분들에게 축복을 가득 내려주세요. 그리고 부족한 저를 생각지도 않은 서울대교구장으로 부르신 것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뜻을 잘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다음 날, 착좌 미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오전 8시쯤부터 명동대성당에는 신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명동대성당 옆 문화관에 마련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착좌식에 함께 참여했다. 1000여 명에 가까운 규모였다. 500여 명의 신자들은 문화관마저도 서 있을 자리가 없어 성당 마당 곳곳에 모여 기도를 바쳤다.

때마침 명동대성당 입구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던 한총련 학생들도 '13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대주교 착좌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발랄한 학생답게 축하연을 마치고 교구청으로 들어가는 정 대주교를 보자 일제히 일어서서 인사를 하기도 했다.

"비록 저흰 이곳에서 농성 중이지만, 대주교님의 착좌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 대주교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축복의 기도를 보냈다.

정진석 대주교의 착좌식에는 21명의 주교를 비롯해 많은 내외 귀빈이 참석했다. 각 종교 지도자들도 오전 11시 미사 시간에 맞춰 속속 명동대성당에 도착했다. 착좌 미사가 시작되고, 정 대주교가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감사 인사와 함께 엘리야의 제자 엘리사의 이야기를 했다. 민족의 행복을 증진하려는 스승의 유업을 계승하는 막중한 임무를 인식해 자기 스승보다 두 배의 영을 청원했던 엘리사(2열왕 2, 9-15)가 꼭 자신과 같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저 자신도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교구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 여러분과 신자 여러분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착좌 미사에서 여러 축사 후 이어진 답사에서 정 대주교는 강론의 내용과는 다르게 평양교구장 서리로서의 발표문을 준비했다. 정 대주교는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된 것에 각별함을 느꼈던 정 대주교는 패트릭 번 주교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가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된 것은 실로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였다. 정 대주교가 착좌 미사에서 들고 있던 목장이 바로 메리놀외방선교회 초대 한국지부장이자 초대 평양지목구장을 역임했던 패트릭 번 주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목장(주교 지팡이)은 하느님의 섭리를 따라 위대한 여정을 돌아온 것이었다. 해방 직후 초대 평양(준)교구장을 겸임하고 있던 패트릭 번 주교의 것으로, 그가 이후 첫 번째 주한 교황 사절(오늘날 주한 교황대사)로서 6·25 때 서울대교구를 지키다 납북되면서 남기고 간 것이다. 유럽 방문을 갔던 노기남 대주교를 대신해 서울대교구를 지키고 있던 미국인 패트릭 번 주교는 미군들이 특별기를 제공하며 피신을 권했지만 '노 대주교님이 안 계시니 내가 서울대교구를 지키겠다'며 피난을 가지 않고 있다가 결국 북한 군인들에게 피랍됐다.

납북 직후 병사한 번 주교의 목장은 메리놀외방선교회가 보관해오다가 메리놀회원이자 청주교구장인 파디 주교에게 넘겼고, 파디 주교는 청주교구 첫 한국인 주교로 임명된 정 대주교에게 이를 건넸다. 평양교구장의 지팡이가 제자리를 찾은 셈이었다. 청주에서 목장을 받던 정 주교는 자신이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이 목장을 들게 될 줄은 당시엔 꿈에도 몰랐다.

"이 지팡이를 들고 평양교구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느님께 떼를 쓰겠습니다."

신자들과 사제들은 낯선 인물인 패트릭 번 주교의 이야기와 함께 교구장의 평양교구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번 주교의 목장을 든 정 대주교는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던 번 주교의 뒤를 이어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는 서울대교구 사제들과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장을 찾아가 이들에게 포부를 전했다.

"저는 여러분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서울에 왔습니다."

사제들은 큰 박수와 함께 라틴어 성가 '에케 쾀 보눔(Ecce Quam Bonum, 얼마나 좋은고)'을 함께 불렀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정 대주교의 착좌를 축하했다.

글=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7.04.19 등록]
가톨릭인터넷 Goodnews에 오신 모든 분들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오늘의 복음말씀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23-26 그때에 23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24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26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신경>
오늘의 성인
성녀  고순이 바르바라(高順伊 Barbara)
 권득인 베드로(權得仁 Peter)
성녀  권진이 아가타(權珍伊 Agatha)
성녀  권희 바르바라(權喜 Barbara)
성녀  김 데레사(金 Teresa)
성녀  김 루치아(金 Lucy)
성녀  김 바르바라(金 Barbara)
성녀  김노사 로사(金老沙 Rose)
성녀  김누시아 루치아(金累時阿 Lucy)
 김성우 안토니오(金星禹 Anthony)
성녀  김성임 마르타(金成任 Martha)
성녀  김아기 아가타(金阿只 Agatha)
성녀  김업이 막달레나(金業伊 Magdalen)
성녀  김유리대 율리에타(金琉璃代 Juliette)
성녀  김임이 데레사(金任伊 Teresa)
성녀  김장금 안나(金長金 Anne)
 김제준 이냐시오(金濟俊 Ignatius)
성녀  김효임 골룸바(金孝任 Columba)
성녀  김효주 아녜스(金孝珠 Agnes)
 남경문 베드로(南景文 Peter)
 남명혁 다미아노(南明赫 Damian)
 남이관 세바스티아노(南履灌 Sebastian)
 남종삼 요한(南鍾三 John)
 다블뤼 안토니오(Daveluy Anthony)
 도리 베드로 헨리코(Dorie Peter Henry)
 디오니시오(Dionysius)
 모방 베드로(Manbant Peter)
 민극가 스테파노(閔克可 Stephen)
성녀  박봉손 막달레나(朴鳳孫 Magdalen)
성녀  박아기 안나(朴阿只 Anne)
 박종원 아우구스티노(朴宗源 Augustine)
성녀  박큰아기 마리아(朴大阿只 Mary)
 박후재 요한(朴厚載 John)
성녀  박희순 루치아(朴喜順 Lucy)
 베르뇌 시메온(Berneux Simeon)
 볼리외 베르나르도 루도비코(Beaulieu Bernard Louis)
 브르트니에르 유스토(Bretenieres Justus)
 빈첸시오 마델가리오(Vincent Madelgarius)
 샤스탕 야고보(Chastan Jacobus)
 손선지 베드로(孫-- Peter)
성녀  손소벽 막달레나(孫小碧 Magdalen)
 손자선 토마스(孫-- Thomas)
 아가피토(Agapitus)
 아가피토 1세(Agapitus I)
 앵베르 라우렌시오(Imbert Lawrence)
 에빌라시오(Evilasius)
 에우스타키오(Eustachius)
 오메트르 베드로(Aumaitre Peter)
 우세영 알렉시오(禹世英 Alexis)
성녀  우술임 수산나(禹述任 Susanna)
성녀  원귀임 마리아(元貴任 Mary)
 위앵 마르티노 루카(Huin Martin Luke)
성녀  유 체칠리아(柳 Cecilia)
 유대철 베드로(劉大喆 Peter)
 유정률 베드로(劉正律 Peter)
 유진길 아우구스티노(劉進吉 Augustine)
성녀  이 가타리나(李 Catherine)
성녀  이 바르바라(李 Barbara)
성녀  이 아가타(李 Agatha)
성녀  이간난 아가타(李干蘭 Agatha)
성녀  이경이 아가타(李璟伊 Agatha)
 이광렬 요한(李光烈 John)
 이광헌 아우구스티노(李光獻 Augustine)
성녀  이매임 데레사(李梅任 Teresa)
 이명서 베드로(李-- Peter)
 이문우 요한(李文祐 John)
성녀  이연희 마리아(李連熙 Mary)
성녀  이영덕 막달레나(李榮德 Magdalen)
성녀  이영희 막달레나(李榮喜 Magdalen)
 이윤일 요한(李尹一 John)
성녀  이인덕 마리아(李仁德 Mary)
성녀  이정희 바르바라(李貞喜 Barbara)
성녀  이조이 아가타(李召史 Agatha)
 이호영 베드로(李--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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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집 요셉(張-- 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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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지 베드로(鄭--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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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 바오로(丁夏祥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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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 베드로(崔炯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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