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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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13) 포르노그래피와 왜곡된 성교육

책임의 성교육 있었다면 #MeToo 아픔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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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된 성문화는 오늘도 초고속 인터넷 등을 타고 성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흔들고 있다. 책임의 성교육 없이 성을 놀이의 문화로 본다면 끊임없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죽음의 문화로 이어질 뿐이다. 그래픽=문채현





여자는 성폭행을 원하고 즐긴다?

미국의 한 포르노 잡지는 강간을 당하고 길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가 막 뒤돌아선 남자에게 “encore”(한 번 더)를 외치는 만화를 실었다. 포르노가 왜곡하는 성의 핵심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황당한 그림이다. 강간이 시작될 때는 여자가 싫어하고 저항하지만 중간부터는 매우 좋아하고 끝나면 한 번만 더 해달라거나 결혼해달라고 애걸하는 내용이 포르노에는 무척 많다.

남성이 이런 영상물을 수없이 보면 어떻게 될까? ‘여자는 성폭행을 원하고 즐긴다’라는 가치관이 무의식에 자리 잡는다. 이런 남자는 성범죄를 저지르기 쉬운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 없다는 사실이다. ‘같이 즐겼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냐?’는 태도가 지속되기 때문에 처벌만 받을 뿐, 생각과 행동이 교정되기가 무척 어렵다. 여성은 어떨까? 남친에게 성적 노리개 취급을 당하면서도 그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나도 강간을 당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는 고백을 하는 여성도 있다.



세계에서 포르노 보기가 가장 쉬운 나라

2008년 5월 8일 보도된 연합뉴스의 한 꼭지다.



기자 :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음란 영상물을 보고 따라 하기가 널리 퍼져 있다고 말합니다.

초5 여학생 : 야동 보는 애들 많아요. 그러면서 따라 하는 애 많아요. 너무 야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잘난 척해요. 그리고 폭력도 더 세져요. 욕도 심하게 하고….

기자 : ‘야동’의 뜻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초등생의 답변은 거침이 없습니다. 성관계를 재미있고 멋있는 놀이쯤으로 생각한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합니다.

초4 남학생 : 여자가 남자 OO 빠는 것, 강제로 옷 벗기기. 진짜 진짜 멋있다 막 그러죠.

기자 : 그런 걸 멋있다 그래?

초4 남학생 : 네. 섹스 같은 것 보면서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고 해 볼까 하는 형들도 있고 진짜 해 본 형도 있어요.

기자 : 그 형은 몇 학년이야?

초4 남학생 : 6학년



10년 전 뉴스다. 지금은 더 심각하다. 초고속 인터넷이 안방까지 들어와 있고 어딜 가도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전 세계 유일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은 세계에서 포르노 보기가 가장 쉬운 나라다. 포르노가 합법화된 나라보다 접근성이 월등하게 좋으니 중독자가 넘쳐난다. 포르노가 합법인 나라의 경우 충돌과 대립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것이 청소년에게 접근되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견제 장치와 비판 교육이 따라붙었지만, 한국은 포르노 접근성만 무한대로 열려 있다.



‘야동’, 포르노를 오락물로 둔갑시키는 예쁜 이름


이 상황에서 포르노에 ‘야동’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주면, 지극히 위험한 영상물이 오락물로 둔갑한다. TV 토크쇼에 아이돌이 나와서 ‘야동 봤다. 재밌다’는 식의 농담을 하고 TV가 이 장면을 자막과 효과음을 곁들여 확산시킨다. 이렇게 되면 포르노는 누구나 다 보고 즐겨도 되는 오락물이 되는 것이다. TV의 문화적 공인 기능이 ‘TV에 나오는 것이면 나도 해도 된다’는 생각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포르노=오락물’, ‘섹스=게임’, ‘성=임신만 안 하면 되는 쾌락의 도구’가 바로 한국 사회가 성을 대하는 왜곡된 사고다.

대중의 무의식을 형성하는 강력한 매체인 TV가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 문제를 인식하기도 어렵다. 포르노가 합법이어서 포르노 영화제까지 열리는 나라에서도 포르노를 오락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사회의 지성인과 교육자는 포르노가 주류 문화화하지 못하도록 더 강력하게 견제한다. 우리와 같은 포르노 무방비 사회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




‘섹스=게임’을 공유하는 산업에 포위된 아이들

진행자 : 섹스는 게임이라고 하셨잖아요? 6집 앨범 ‘게임’ 발매하면서 ‘섹스는 게임이다’라고.

박진영 : 지금도 너무 또 자신 있게 또 말할 수 있어요.(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2007년 12월 12일자 방영 중에서)



박진영씨가 TV 예능에서 한 말이다. 포르노나 문화상품이나 그 제작자의 성적 가치관이 동일하다. 왜 이 둘은 성 의식이 같을까? 둘 다 성을 상품화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섹스=게임’은 포르노산업과 문화산업만이 아니라, 광고산업, 모텔산업, 피임산업, 또 피임산업과 결탁된 성교육 단체와 의료산업까지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가치관인데, 소비사회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특이한 매체 환경과 견제 장치의 전무함, 식별과 비판 교육 부재로 아이들이 포르노와 문화상품을 거의 무제한으로 섭취하고 있고, 그런 가치관을 가진 성교육 단체와 피임산업의 선전 활동에 포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놀이화할 수 없는 성(性)을 놀이화한 대가

이렇기 때문에 한국 젊은이들은 성관계 문턱을 쉽게 넘고, 스마트폰으로 그 동영상을 찍는다. 섹스는 게임이고 윤리적 고려가 필요 없는 놀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것이 가능하다.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하고 성관계하면 동영상 찍는 코스로 가는 젊은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헤어지면 남자가 여친(여자친구의 줄임말)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한다. 일명 ‘복수 포르노’인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연인은 헤어지면 동영상을 남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유 사이트에 차고 넘치게 있다.

이런 영상을 본 남자 청소년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기 쉬울까? ‘나랑 동갑인 남자는 여친을 사귀고 성관계도 하고 동영상까지 찍는데, 나는 아직 여친이 없네! 내가 이러려고 엄마 말 잘 듣고 착하게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것이다. 어떻게든 여친을 만든 후 “사귀니까 성관계하자”며 성관계를 강요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젊은이들의 연애 패턴을 성관계 중심으로 바꿔놓은 수면 밑의 주범이다.

이런 문제를 다 들춰내서 이것이 바로 인간성을 말살하는 죽음의 문화임을 분명히 지적해주는 교육을 해야지, 콘돔만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상황에서의 콘돔 교육은 성관계의 내용이 어찌 되었든 임신만 안 하면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강화시키는 부작용만 일으킨다. 피임산업과 그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이 콘돔 무료 배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자 중에도 이런 중요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콘돔 무상 제공을 찬성하는 분들이 있다. 교육자 재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피해 여성은 삭제업체를 찾고,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지우다가 결국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섹스가 게임이라고? 결코 놀이화할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이 결부된 성을 놀이화한 대가가 이렇게 큰 비극인 것이다. ‘섹스는 즐거운 놀이’라고, ‘이거 해야 행복해진다’고, ‘피임만 하면 책임과 윤리는 필요 없다’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온 세상이 떠들고, 내 안에도 그 목소리가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 내면에 생각의 형태로 존재하는 악한 영이다. 이에 동의해서 끌려가면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그 끝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교육해야 한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 위원,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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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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