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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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32) 성(性), 진리냐 유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혼전 순결… 미래 내 반쪽과의 신성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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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청년들이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순결을 버리고 있다. 혼전 순결을 지키려는 이들을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 사람’ 취급하는 시선도 성관계를 놀이처럼 여기게 하는 원인이다. 학교와 교회는 생명을 수호하는 성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성 경험이 없으면 왕따

“안녕하세요? 2014년 한국청년대회에서 강연을 듣고, 혼란스러웠던 가치관이 정리됐어요. 정결에 담긴 책임과 아름다움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생활로 돌아와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 생각을 지키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섹스 토크쇼 ‘마녀 사냥’이 20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술자리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대낮에 카페에 가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거기에 끼지 못하면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지난 1월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처음 만난 한국 사람들과 진실 게임을 했습니다. 술병을 돌려서 술병이 지목하는 사람에게 진실을 묻는 게임인데, 질문은 언제 처음 성관계를 경험했는지와 같은 부끄러운 질문이었어요. 저는 한 번도 성관계 경험이 없다고 하니 제가 지목되면, 넌 물어볼 게 없으니까 벌칙이라는 식이었어요. 한 번도 ‘자보지 않아서’ 벌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처음 만난 사이에 어디가 성감대니 같은 게 궁금한 것이 정말 이상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자꾸만 제가 낙오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네가 매력이 없으니까 남자친구가 없는 거야, 네가 못나서 자보지 못한 건데, 혼전 순결 핑계를 대면서 남자랑 자보지 못한 너를 합리화하는 거야’라는 생각만 들고, 자존감도 낮아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당시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여대생이 보낸 메일이다. 이미 청년들의 삶에서 성관계가 재미있는 놀이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교 4학년생 84.7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는데, 이는 성이 혼인과는 무관한, 또 연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국내 대학생들의 성경험 실태 및 성경험 예측 요인분석」 대한보건연구 40권 3호 참조)

이런 조류를 따르지 않는 젊은이들, 특히 ‘생명, 책임, 인격, 절제, 정결, 혼인과 가정’의 가치관을 따르는 젊은이들은 왕따를 당하기 쉽다. 이 여학생이 전형적인 경우다. 이에 대해 학교와 교회는 명확한 답을 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원치 않아도 거대한 오류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무엇을 따를 것인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무엇을 깨닫게 해줘야 할까? 스스로 ‘진리’와 ‘유행’ 중 무엇을 더 쉽게 따라가는 사람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대학생 7명에게 매우 간단한 실험을 한다. A, B, C 세 개의 선 중 보기로 주어진 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명씩 답하게 한다. 마지막 의자에 앉은 한 명을 제외한 대학생 6명은 실험자와 짜고, 오답을 말하는 연기자들이다. 간단한 질문에 6명이 연속해서 오답을 말하고 마지막 피험자를 6명이 동시에 노려보면, 피험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신념을 지키고 정답을 말할까? 6명의 압력에 굴복할까? 처음에는 정답을 말하지만, 다음부터는 6명이 말한 오답을 정답이라고 말해버리는 경우가 70~80라고 한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뇌에서 신체적으로 아픔을 당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타인들로부터 배제되는 경험을 할 때도 활성화된다”면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사람들 안에 포함되려는 아주 강력한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이성(理性)은 우리에게 원칙을 따르라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원칙이 아니라 다수를 따르라고 하는 이성보다 강한 힘이 있는 것이다.<관련 영상 QR 코드>



이런 쏠림 현상을 ‘동조 현상’이라 하는데, 이 시대 젊은이들이 성관계를 놀이처럼 여기고 자유성관계가 확산하는 것은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대규모 유행 현상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니까 왠지 안 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드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수많은 청년이 성관계의 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누구와 어울리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는 인생

‘대학생 성 경험 실태 연구’에서도 친구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75.2인 것을 보면 성관계 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또래의 압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따라 섹스하는 것이다.

가톨릭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모 본당의 주일학교 교사 등의 청년을 대상으로 피정을 지도한 적이 있는데, 설문 결과 응답자 21명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사람은 11명(52), 하룻밤 경험이 있는 사람은 6명(29)이었다. ‘사귄 후 성관계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결혼 후’라는 대답은 3명(14)뿐이었고, ‘일주일 안에도 가능하다’는 대답은 7명(33)이었다. 매주 미사에 나와서 봉사직분을 수행하는 신자 청년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룻밤까지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시대가 이렇다 보니 이성 교제를 하면서 성관계를 거부하면 그 연애가 깨지고, 주변 친구들도 거의 성관계를 하고 있는데, 나만 성관계를 안 하면 연애도 결혼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종종 만난다. 그렇다면 대세를 따라야 할까? 그렇게 했을 때 궁극적으로 생명과 행복이 오면 그 길로 가야 하지만, 죽음과 불행의 길이라면 수많은 사람이 가더라도 절대 함께 가서는 안 된다. 또래 압력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인간이지만, 지성과 영성이 있는 인간은 반드시 식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왜 내 주변에는 그런 친구들뿐일까? 향을 내면 나비가 오고, 썩은 것이 있으면 파리가 온다. 내 안의 것이 밖의 것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내 집착을 만족하게 할 애인을 구하려는 마음이 강하고 내가 정화되지 않으면, 내 주변은 나를 악으로 끌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는 누구와 결혼할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장차 제 아내가 될 사람을 벌써 배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한 번도 여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 남자 대학생의 대답이다. 이 청년은 같은 마음을 품은 짝을 불러들여서 만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비웃음이 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나인 것처럼 숨어 있는, 내게 대세를 따르라고 하는 악(惡)이다. 거룩한 무관심이 악을 떼어내는 변화의 첫걸음이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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