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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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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논리에 반복되는 쓸쓸한 죽음... 인간의 가치 일깨워야

''위험의 외주화'' 실태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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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면 개정이 진통 끝에 처리됐다. 하청을 주는 원청업체의 의무가 확대되고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도 산재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연료 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24살 청년 노동자 김용균씨와 2016년 구의역 안전문 보수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 등 수 많은 죽음 후에야 일어난 변화다. ‘위험의 외주화’의 실태와 개정된 산안법, 교회의 가르침을 살펴본다.

▲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를 위한 성탄미사에 참여한 한 노동자의 등에 ‘내가 김용균입니다. 불법 파견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자본의 도구가 된 ‘위험의 외주화’

 

입사 3개월도 안 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새벽 시간에 홀로 점검 업무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의 일은 정규직 직원이 2인 1조로 수행하던 업무였지만 ‘발전소 외주화’를 통해 여러 하청업체로 넘어갔다.

하청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참사를 불렀다. 김씨를 포함해서 2008년 이후 10년 동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노동자 12명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다. 고용노동부 2016년 통계를 보면 주요 업종별 30대 기업 중대 재해 사상자는 2011년부터 2015년 동안 245명에 이르며 그중 하청 노동자가 212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86.5%에 달한다.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불분명한 책임과 느슨한 처벌에 기인한다. 현행 산안법에서는 명시적 고용 관계가 없는 하도급의 경우 원청업체 사업주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예외적 산재 예방 조치 의무 불이행시 최고 벌금 50만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을 뿐이었다. 구의역 안전문 사고부터 지난 8월 대전 CJ대한통운 감전 사고 등 하청업체 직원 사고는 반복되지만, 원청업체가 책임을 진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청업체의 책임은 없다지만 업무 지시는 공공연하게 내려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8년째 근무한 익명의 노동자는 “발전소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도 하청업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원청에서 시키는 것을 무조건 즉시 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시된 일을 하다가 다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고 또 하청업체의 책임이라고만 하면 이해할 수 있겠냐” 되물었다.(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2018년 12월 18일 방송)

고 김용균씨나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이 유품으로 남긴 컵라면은 식사조차 거르며 일했던 그들의 고달픈 삶을 증언한다.

 

전면 개정된 산안법, 원청업체 책임 강화와 보호 노동자 확대

전면 개정된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가 지정ㆍ제공하고 지배ㆍ관리하는 장소면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업체가 원칙적으로 안전 보건 조처를 할 의무를 지도록 정했다. 도급인이나 원청업체도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사업주와 동일하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고 김용균씨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 계약이 가능하지만, 위험한 작업의 도급 금지 조항이 처음 도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허가를 받으면 가능했던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금지 내용도 담겼다. 도금과 납·수은ㆍ카드뮴을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 금지하고 위반 시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밖에도 개정안을 통해 산안법의 여러 조항이 강화됐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경제계 등의 반발로 처벌 규정이 애초 정부안보다는 약화됐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김종보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원청의 책임이 강화된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개정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씨 추모 미사가 12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미사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 등 300여 명이 함께 했다.

 

인간은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레오 13세 교황은 약 130년 전인 1891년 5월 15일 「새로운 사태」라는 제목의 사회 회칙을 반포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이 회칙에서 빈부격차와 노동자의 현실 개선책으로 국가의 강력한 개입 등을 꼽았다. 또한, 복음을 전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회 역할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가도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경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에 위협받는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국가와 교회가 나서야 하는 근거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고용자가 안전 설비를 갖추는 것보다 노동자의 산재 보상 비용이 더 싸다고 생각하며 대규모 안전시설 갖추기를 망설일 때, 소비자가 생산자 안전이 포함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더 값싼 제품만 찾을 때 금전적 가치를 인간의 가치보다 우선시한다는 지적이다.

부산ㆍ서울ㆍ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전국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남녀 수도단체 등은 지난 12월 24일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신명 30,19)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법과 제도의 개선을 넘어 우리 시대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이익 추구 만능주의 유혹을 극복하고 사람의 가치, 생명의 가치, 노동의 가치를 기억할 때 법과 제도의 개선도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사목헌장」 63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위원회,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고 김용균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하는 사회를 위해 기도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번영의 신화에서 깨어날 것”을 성탄절 서한을 통해 촉구했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해야 한다는 조건 없는 욕구와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사회의 가장 힘없고 나약한 이들이 제일 무거운 짐을 지고 구석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번영의 신화는 이 시대의 우상입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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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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