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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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수녀의 살다보면] (63)이제는 엄마에게 ‘미안해’ 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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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S 자료사진




“원래 엄마는 그런 거요.” 글쎄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 A를 보면 엄마는 원래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시리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조그마한 분식집을 운영하면서 식자재 구매부터 요리와 설거지, 서빙까지 도맡아 한다. 주말이면 딸 부부와 손자까지 불러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기어이 이것저것 먹여서 보낸다. 그렇게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는 전화 한 통화에 뛰쳐나간다. 운전하지 못하는 딸을 대신해서 손자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제발 자신 좀 돌보라”고 하면 그는 웃으면서 말한다. “원래 엄마는 그런 거요.” 그런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갑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딸이 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미안해.” 참 공허하게 들렸다. ‘미안하다고만 하지 말고, 미안하지 않도록 뭔가 달라지면 안 되겠니?’ 하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꿀꺽 삼켰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엄마, 미안해”라고 하지만 도무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준 나무, 아이가 커서 돈이 필요하다 하면 자신의 열매를 내다 팔라 하고, 집 지을 나무가 필요하다 하면 자신의 가지를 베어 가라 한다. 노인이 돼 여행하고 싶다 하니 자신을 통째로 베어 배를 만들라 하고 더는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때는 남은 둥치마저 기꺼이 내어주며 쉬라고 한다. 그렇게 하고 나니 나무는 참으로 행복했단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쉴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무의 모든 것을 가져간 아이는 정말 행복했을까? 나무는 아이가 찾아올 때마다 행복하고 무언가를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노인이 될 때까지 일관되게 찾아와 필요한 것을 가져간다. 나무는 그저 아이가 와준 것이 고맙고 행복하지만, 아이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는 모든 걸 다 내어주는 희생에 익숙해지는 동안 아이 역시 받는 것에 익숙하다. 그럴 때마다 일시적인 만족에만 머무는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 A의 딸처럼 말이다. 결혼 전에도, 아이의 엄마가 돼서도 여전히 고생하는 엄마에게 ‘미안해’라고 하면서.

A는 어린 나이에도 숱한 고생을 하면서 살아왔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인정받고, 희생을 통해 그나마 자존감을 유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딸이 잘살지 못하는 것도 없는 부모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그의 죄책감이 숨 막히는 희생을 살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미안해’라고 말하는 딸도 엄마의 죄책감을 고스란히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엄마도 그러하듯 많은 엄마가 ‘자식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지금도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시리고 아픈 것은 일종의 죄책감이라고나 할까.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방관했던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자기를 내던져 버리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돌봄에서 동반으로 품어 안는 사랑, 가슴 저린 미안함이 아닌 든든하고 고마운 그런 사랑 말이다.

이제는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으련다. 보석처럼 빛나는 축복의 말을 하고 싶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성찰하기

1. 혹시 자식을 과도하게 챙기고, 지나치게 희생하고 있지는 않나요?

2. 자식은 돌봄의 대상이면서도 협력의 파트너라는 것을 기억해요.

3. 죄책감을 남기는 희생이 아닌 충분히 내어주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고맙고 행복한 사랑을 해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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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3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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