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상담사례로 보는 10대의 아픔 (하) 학교 밖 청소년 문제
18살 동현이는 학교를 안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속칭 날라리’로 보는 주위 시선이 너무 싫다. 동현이는 이른 아침부터 온종일 교실에 멍하게 앉아 있기만 하는 학교를 왜 다녀야만 하는지 몰라 부모님을 졸라 1년 전 학교를 그만뒀다. 부모님은 주변에서 아들을 ‘문제아’라고 생각할까 봐 학교를 그만둔 사실을 숨겼고 갈등은 더 깊어졌다. 동현이는 위축된 마음에 6개월 동안 집 밖을 나오지 않기도 했다. 가끔 외출하고 싶을 때면 학교가 끝나는 시간 하교하는 아이들 틈에 섞이길 기다렸다. 동현이는 “학교가 아니더라도 나를 증명할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19살 수연이는 2년 전 학교를 관뒀다. 이혼한 부모님 양쪽 집과 보육원을 오가며 자란 수연이는 어릴 적부터 늘 학교 적응이 어려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도 집도 보육원도 싫어 길거리에서 생활하게 됐다. 자연스레 학교에서 더 멀어지게 됐고 가출한 친구들과 어울려 돈을 훔치다 경찰서에 드나들게 됐다. 자신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중 수연이는 꿈드림 센터를 찾게 됐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대안학교를 다니게 된 수연이는 여전히 꿈은 없지만 조금씩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매년 6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 누적 수는 약 39만 명에 이른다.
학업 중단 사유는 학교 부적응, 학교 폭력,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 다양하다. 제각각 사정을 가지고 학교를 떠나는 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이 놓인 상황 또한 다양하다.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가정의 지를 받으며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많다.
여성가족부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53.5는 ‘집 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경우 주로 친구 집, PC방, 모텔·여관, 원룸·고시원 등을 전전했으며 거주 형태가 불안정했다.
또 학교 밖 청소년 2명 중 1명은 근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주요 업종은 음식점 서빙, 편의점 점원, 배달, 전단 돌리기 등 단순 근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절반 이상이 ‘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교를 그만둔 후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선입견ㆍ무시(42.9), 진로 찾기 어려움(28.8), 부모와의 갈등(26.3) 등을 꼽았다. 4명 중 1명은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미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 202곳에서 ‘꿈드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꿈드림’은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단계의 숙려 대상자를 포함해 9~24세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업 복귀(검정고시, 복학, 상급 학교ㆍ대안학교 진학)와 자립 준비(진로 캠프, 직업 훈련, 자격 취득 지원) 등 맞춤형 진로 선택을 돕고 있다. 생활이 불안정한 청소년들을 위해 건강검진과 생활 지원도 하고 있다.
보라매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세라(클라라) 팀장은 “당장 진학이든 취직이든 진로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꿈드림 센터에 나와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관심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길 바란다”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다고 느끼더라도 고민을 나누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 ‘꿈드림’ 센터 이용 방법은 청소년전화(1388) 또는 누리집(www.kdream.or.kr)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