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단단하게 굳어있던 땅 위로 푸른 새싹이 얼굴을 내민다. 바뀐 계절에 걸맞은 따사로운 햇빛은 언 땅을 녹이고 그 안에 숨죽이고 있던 생명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됐음을 알린다.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화훼농장 단지에서도 봄과 생명을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농장들이 이웃하고 있는 이곳은 고요한 가운데 비닐하우스 안에서 물소리만이 새어 나온다. 2월에 삽목을 끝낸 식물들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농부들은 주변이 시끄럽지 않게 신경쓰고, 충분히 수분을 채울 수 있도록 물을 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 40년째 화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찬(스테파노·서울 우면동본당)씨는 “이제 막 삽목, 즉 꺾꽂이를 한 식물들은 자리를 옮기거나 시끄러우면 잘 자라지 못한다”며 “직사광선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안에서 꾸준히 물을 주며 죽지 않고 잘 자라는지 매 시간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수국, 안개꽃, 다정큼나무, 라일락 등 4종류의 꽃을 키운다. 40년간 꽃과 함께한 그가 말하는 꽃을 잘 키우는 노하우는 “아이처럼 돌보는 것”이다. 물은 너무 적게 주지 않았는지, 햇빛은 적당한지, 영양소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분갈이를 할 때가 됐는지, 매 시간 상태를 보고 부족한 것을 채워줘야 한다.
식물과의 교류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씨는 “노래를 들려주면 식물의 색이나 모양에 생기가 생긴다”며 하루에 몇 번이고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며 키워내길 1년. 365일간 정성스레 돌본 이씨의 꽃들은 매끈한 잎과 곧은 줄기는 물론이고 꽃봉오리도 탄탄하게 채워져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죽은 듯한 가지에서 피어나 새로운 생명의 힘을 뽐내며 봄을 알리는 꽃들처럼, 봄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바라본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