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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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길 자체이신 주님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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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밀밭 모임의 아가다는 얼굴에 붉은 점이 가득합니다. 얼굴을 들어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고 인사도 나누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임에서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이 얼굴이 십자가라면 기꺼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변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고 인사를 합니다. 자기 얼굴을 보고 우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아가다는 넉넉해졌습니다.



1. 십자가는 무엇인가?

십자가는 힘겹고 버거운 어떤 것입니다. 싫든 좋든 숙명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가시로 찌르는 병이 있었습니다. 세 번이나 그것을 없애달라 주님께 청했지만, 주님께서는,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고 말씀하셨다는 겁니다.(2코린 12,9) 그래서 자신은 그리스도의 힘이 자신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자신의 약점을 자랑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십자가는 부정적인 의미만이 아닙니다. 이루어야 할 사명이요 염원이기도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닦는 것이 십자가였고, 바오로 사도 역시 주님을 전해야 하는 소명, 자기 민족을 그리스도께로 이끌고자 하는 소명을 십자가로 여겼습니다. 예수님에게 십자가는 성부의 ‘인류 구원’이라는 염원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십자가는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운명보다 강한 용기로 짊어지고 가야 할 그 무엇입니다.



2. 어떻게 따를 것인가?

불러주시는 분이 누구인지가 중요합니다. 광야에서 길 잃은 양을 생각해 봅니다. 이제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은 구원입니다. 양들은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을 알고 늘 불러준 그분의 음성을 듣고 따라갑니다.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말씀이 부담스럽다면 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걸 주겠다는 친절한 낯선 사람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고난을 예고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따를 것인지?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을 가감이 필요없는 사랑 고백으로 알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숨을 잃는다는 말에 겁먹지 않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 수모와 박해, 죽음까지도 당신이 성부와 하나 되어 있다는 표지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주어질 때 영광으로 여기셨고 기뻐하셨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예수님의 인격에 근거한 믿음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진리이고 그분이 가신 길이니, 나도 갑니다. 십자가는 수많은 성인 성녀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분들은 파스카 신비를 살길 원하셨습니다. 우리 순교 선열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서 구원을 사신 분들입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행복으로 여기는지? “내 구원은 바로 당신”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지 이것이 관건입니다.

얼마 전에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탄생’이 방영되었습니다. 소년 김대건이 사제가 되고 순교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사제 양성을 받기 위해 마카오까지 6개월을 걸어야 했고, 중국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누빕니다. 작은 목선으로, 거친 바다를 오갑니다. 그가 얼마나 대담한 모험가였는지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여정이 길 떠나는 모험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만드셨지만 만들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길입니다. 길은 사람이 만듭니다. 없던 길이 누군가 걸어나가면 생겨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道)도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신 분, 길 자체이신 우리 주님이 계시고 그 뒤에 김대건 신부가 걷고 정하상 바오로와 우리 순교 선열들이 걸었습니다. 그다음은 우리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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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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