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우리도 여느 가정처럼 정서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난다. 내가 아이들과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은 사업계획에 프로그램은 잡혀있었지만, 연초에 인사이동을 하다 보니 어디로 갈지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급히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큰아이들이 많아서일까? 만장일치로 “서울이요!” 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서울 어디를 가고 싶은데?” 아이들은 “그냥 서울요. 서울 어디든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가족회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생각만으로도 아이들은 설레어 했고, 흥분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곳으로 보여지길래, 어디든 좋다고 할까?’ 싶었다. 내가 혼자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들은 “제발요, 제발요”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우리의 여행지는 서울과 용인 에버랜드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우리 기관은 아직 시설 차량이 없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움직여야 했다. 그러면 아이들도, 인솔교사도 짐 때문에 불편하고 번거롭다. 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예산에 맞춰 경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지인들 몇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서울역에서 짐을 차로 옮길 수 있도록 친구에게 차량 지원을 요청했고, 숙소는 법인 시설에 있는 자립관 방 2개를 2박 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공문을 띄워 해결하였다.
여행 출발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KTX를 타고 서울을 향해 달렸다. 서울역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설렘과 기대감을 주체할 수 없어 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떨려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창밖을 향해 고개들이 모여졌던 장면이 생생하다.
서울에 도착한 우리는 대학로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는 피자로 일찌감치 결정된 상태였다. 넉넉하고 맛있는 피자 치즈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라면,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먹을 수 있어 꼬맹이부터 큰아이들까지 모두가 만족한 식사였다.
식사 후 대학로에서 3명씩 두 팀으로 나눠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3시간 동안 아이들이 하고픈 거, 보고픈 거 자유롭게 즐기고, 무슨 일이 생기면 비상 매뉴얼 대로 연락하도록 교육도 출발 전 집에서부터 반복해서 해왔다.
나와 다른 선생님은 막내 민정이와 함께 다니기로 했다. 우리는 만날 장소를 정한 뒤 흩어졌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이들이 흩어진 지 30분이 조금 지났을까, 두 팀 모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디를 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분명 집에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장소를 알려주고, 너희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생각하고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준비하는 기간 내내 짬짬이 팀별로 무엇을 할지 물어보며 이야기도 했었는데….
우리는 헤어졌던 장소에서 다시 모였다. 고1, 제일 큰놈이 말하길…. “이모, 우리는 매번 여행을 가면 그냥 한곳에 모여서 물놀이를 하거나 단체로 하라는 것만 해서인지 자유시간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제야 나는 아차! 싶었다. 내가 살핀다고 살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아이들을 살피지 못했구나. 나도 모르게 이전 기관에서의 큰아이들 기준으로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6살, 초4, 중2, 고1 나이 또래가 다르다 보니 흥미를 갖는 것들이 달랐다. 인솔교사와 두 팀으로 나뉘어 다니려 하니, 선생님도 서울이 처음이고 길치라 같이 다니는 게 좋다 한다. 다들 서울이 처음이라 설레고 좋기도 하지만 긴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차량을 지원해준 친구와 함께 대학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아이들이 각자 마음 가는 곳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는 긴장을 풀고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어주는 풍경이 펼쳐졌다.
대학로를 둘러본 후 가까운 창경궁을 찾았을 땐 늦은 오후라 지칠만도 한데 모두가 쌩쌩했다. 이모 어릴 적엔 이곳이 동물원이었고,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엔 이곳으로 가족 소풍을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막내가 “동물원에 한 번도 간적이 없어요”라고 말하자, 다들 사자, 기린, 독수리 등 각자 좋아하는 동물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은 기린이 얼마나 목이 긴지 감도 잡지 못했고, 큰아이들도 작은 동물원에서 사슴 정도의 동물들을 본 것이 다였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속으로 다음에는 기회를 만들어 따뜻한 날 서울대공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원래 올해 5월에 다녀올까 계획했었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외부활동이 제한되어있다.
아이들과의 첫 서울 여행,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다 같이 시간에 맞춰 연극도 관람하고,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이렇게 우리의 좋은 추억 한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서울을 꿈꾼다. 외국에 가는 것보다 서울이 더 설렌다는 우리 아이들이다. 코로나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린, 독수리, 사자 등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울도 다시 한 번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글 _ 하지영 (다리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인천에서 한 양육시설의 팀장으로 6년 근무했으며, 현재는 부산에서 한 아동보호시설의 시설장으로 일하고 있다.
삽화 _ 김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