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노호영 신부의 사진 이야기 - 어둠 속 별을 바라보며, 따라가며 (8)
테카포 호수(Lake Tekapo)의 은하수
뉴질랜드 남섬 아서스 패스(Arthur’s Pass)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쉬지 않고 4시간 정도 운전하면 남섬의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 할 수 있는 테카포 호수(Lake Tekapo)에 도착할 수 있다. 참고로 이곳은 전 세계에서 칠레의 아타카마(Atacama) 사막 지역과 더불어 밤하늘의 별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낮에는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조용한 장소이지만 밤에는 별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그야말로 낮과 밤의 분위기 완전히 대비되는 곳이다.
긴 운전으로 인한 피곤을 달래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모든 장비를 챙겨 호수 옆 마운트 존(Mount John, 1031m)으로 향했다. 이 산의 정상에는 테카포 호수 주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예쁜 카페가 있어서 식사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1시간 이상의 등산을 해야 한다. 그것도 한가득 카메라 장비들을 메고 말이다.
촬영 직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산 위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별과 함께 기다리는 것이 하나가 더 있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별을 촬영하던 중 은하수 아래 놀라운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남반구의 오로라(Aurora Australis)였다.
테카포 호수(Lake Tekapo)의 오로라
오로라는 보통 북반구의 맨 위쪽, 캐나다나 노르웨이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남반구 맨 아래쪽도 역시 극지방이기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으로 인해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바람소리, 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자연의 소리가 더욱 내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했다.
별을 바라보기 위한 여정에서 기다림은 정말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계속해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를 젓는 사공처럼 무엇인가를 하며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날도 그 산에 올라가며 나는 기다렸다.
글·사진 _ 노호영 신부 (미카엘, 대전교구 고덕본당 주임)
사진으로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신부. 8년 전부터는 자연 속의 경이로운 순간들, 특히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쫓아다니며 하느님의 피조물을 촬영하고 정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제13회 ‘서울시 빛공해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제26회·제28회 ‘천체사진공모전’ 금상 및 우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