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성명서 발표..."신설 재고 요청한 제주교구 입장 지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3일 성명서를 발표, 제주도 해군기지 신설을 재고해 달라는 제주교구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이날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참 평화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안보는 모든 이가 힘을 모아 지켜나갈 소중한 가치이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3215항을 상기시켰다.
최 주교는 "국가간 긴장은 군비 증강이나 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서 풀어갈 수 있으며, 진정한 평화는 힘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요한 바오로 2세 2002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참조)고 천명했다.
최 주교는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역사의 아픔을 딛고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도는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상징적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동북아 군비 증강과 군사적 긴장의 완충지대가 돼야 할 평화의 섬 제주도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신설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최 주교는 또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가 지닌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며, 특히 그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고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군사기지가 제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추진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마지막 청정지역의 치명적 파괴와 어민의 심각한 생존권 위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주교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제주교구와 연대하며, 혼란과 갈등에 빠져있는 제주도민들이 이번 해군기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일로 서로 대립했던 주민들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하며 제주도를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 가기를 기도한다"고 거듭 기원했다.
한편 2일 열린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위원장 명의로 발표할 성명서(안)를 제출하며 주교회의의 승인을 요청한 데 대해,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제주교구와 연대한다는 의미를 드러내도록 성명서 발표가 꼭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를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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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