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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대(왼쪽 세번째)씨가 성경필사는 끝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본당 주임 유기종 신부와 사목회 임원들이 남씨가 쓴 성경필사 노트를 보며 놀라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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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은 성모님께서 함께해주셨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고통보다는 은총의 나날이었습니다."
한지를 펼쳐놓고 먹을 갈아 붓으로 성경을 써온 지 7년. 서예로 신ㆍ구약 성경 필사를 모두 마친 남성대(율리아노, 76, 광주 진월동본당)씨는 성경필사를 완성한 소감을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사용한 붓만 해도 50자루에 이르고 성경필사노트는 114권에 달한다. 노트를 한줄로 쌓아올린 높이는 185cm. 웬만한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긴다.
그는 2000년에 2년에 걸쳐 볼펜으로 신구약 성경을 필사해 교구장 성서 필사증을 받은 적이 있다. 성경필사의 은총을 느낀 그는 이후 자신의 특기인 서예로 성경필사에 다시 도전한 것.
남씨는 1980년대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뒤 전남 미술대전과 광주시 미술대전 등에서 수많은 상을 받은 실력파 서예가다. 본당 내 문화센터에서 신자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며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살려 봉사하기도 했다.
"주변에 훌륭한 서예가들이 많았지만 성경을 필사한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필사를 권유하려면 제가 먼저 실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그간 어려움도 많았다. 하루에 3~4시간씩 꼬박 성경필사에 매달리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나이가 들면서 눈도 점점 침침해졌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성경필사를 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성모님께서 그를 보살펴 주셨다.
"성모님과 성령께서 늘 함께 해주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경필사가 힘들어질 때 성모님께 기도하며 매달렸더니 건강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아픈 허리도 싹 나았고 시력도 좋아졌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도 당했지만 아직까지 후유증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남씨는 "받은 은총을 되갚는 마음으로 성경필사에 더 노력했다"면서 "덕분에 자식들도 늘 성경쓰는 아버지 모습을 봐서인지 성경에 맛들여 성경으로 하나된 성가정이 됐다"고 기뻐했다.
남씨가 성경필사를 끝냈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온 본당 주임 유기종 신부와 사목임원들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줬다. 이들은 또 100여 권이 넘는 성경필사노트 앞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 신부는 "나이 많은 어르신께서 하느님께 하루 서너시간씩 봉헌한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신자들에게 좋은 귀감이 돼 앞으로 성경을 가까이 접하고 필사하는 신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술 명예기자
sangs1004@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