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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사도로 거듭난 교회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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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 함께일 때 힘은 강해진다. 때론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가능해지곤 한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공동의 집을 보존하기 위해 교회 구성원은 ‘함께’의 길을 택했다. 혼자 하던 기도를 함께하게 됐고, 혼자 하던 환경보호 실천을 타인과 공유하게 됐다. 환경보호를 위해 홀로했던 다짐은 함께하면서 공공의 캠페인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에서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인간이 저지른 피해를 복구하려면 모든 이의 재능과 참여가 필요하다”(13항)고 강조한다. 환경을 위해 연대하고 있는 교회 구성원들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 기도와 실천, 함께하며 커지는 힘

핵오염수 방류 반대, 탈핵, 탈석탄법 제정 등 우리 사회에 산재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현장에는 늘 한국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in KOREA)이 함께하고 있다. 가톨릭 단체가 시민·환경 단체와 손을 잡고 기자회견과 캠페인에 동행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를 보존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내용을 따라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 1월 세계가톨릭기후행동이 조직됐다. 한국은 30개 이상 단체와 300명 이상의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0년 1월 20일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됐다.

이들의 사명은 생태적 회심과 기도생활, 생활방식의 변화, 국가와 기업의 정책변화 요구 등 기후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주 금요일 전국 곳곳에서 지구의 위기를 알리는 금요기후행동을 비롯해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삼척에서 ‘탈탈탈(탈핵·탈석탄·탈송전탑 희망) 도보순례’, 매년 5월 찬미받으소서 주간에는 기도와 미사, 기후행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냐시오 영성을 바탕으로 설립된 국제 평신도 공동체 CLC(Christian Life Community)도 생명 살리기 모임을 통해 공동의 집을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회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이 모임은 하느님이 선물로 주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면서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담은 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서 출발했다. 모임의 목표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운동을 통해 생태적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깨어진 세상을 회복시켜 가는 것. 따라서 건강한 먹거리를 공부하며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생태체험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 안팎에서 열리는 환경 관련 활동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사무실에 리필숍 설치, 줍깅활동을 통해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CLC 생명살리기팀 이명자(데레사) 팀장은 “모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가는 흐름에 있어서 나, 우리만의 노력이 아니라 익명의 그리스도인들, 선의의 사람들과 연대해서 함께하는 것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가 2019년 2월 17일 창립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교회의 의지가 투영된 단체다. 공동의 집을 위해 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고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협동조합을 설립, 지난 7월까지 상업용 14기, 자가용 12기를 설치했다. 참여한 본당은 갈마동·관저동·도마동·법동·천안월랑·아산신정동·용전동·판암동·관저동·성정동·불당동·대사동·만년동·순성·괴정동 등 15개 본당이다. 이밖에 대전교구청, 대전가톨릭대학교, 성모초등학교 등 교회기관도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5월 7일 출범된 멸종반란가톨릭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의미로, 2019년 4월 영국에서 시작된 환경 단체인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의 한국 지부 중 하나다. 멸종반란가톨릭은 독서모임, 기후정의 거리미사, 멸종생물들을 위한 애도 퍼포먼스 등을 통해 기후문제에 대한 교회 입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 공부하고 나누며 생태사도직 실천

공동의 집 보존을 위해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교회 가르침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하늘땅물벗’의 몇몇 벗들은 교회 문헌 공부와 교육으로 생태사도로 나아가는 기틀을 다지고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은 하늘과 땅과 물을 살리는 벗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2016년 10월 창립했다. 회원들은 창조질서 보전 활동에 대한 체험과 정보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생태사도직을 실천한다.

이 중 누리보듬벗은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비롯해 환경과 관련된 교황문서와 교회서적을 읽고 나누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보다 심도 깊은 공부를 통해 생태 영성과 창조보전에 관련된 분야를 이해한 회원들은 신자들에게 회칙을 쉽게 전달하는 대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논의된 생태교육 방법과 실천사항들은 문서로 정리돼 전국 교회기관에서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서강벗’은 「찬미받으소서」 길라잡이를 발행, 회칙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소개했다. 문헌에 제시된 생태, 신학 관련 지식의 정확성이나 풀이를 제시할 역량을 갖춘 서강벗의 장점을 활용해 「찬미받으소서」가 담고 있는 중요한 교리적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도 지난 8월 생태영성실천사업단을 만들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평신도 참여를 이끌어내기 쉬운 단체의 특성을 활용해 생태 영성 탄소중립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생태사도로 활동할 인재 양성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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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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