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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상담] 신비 체험담 너무 부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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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체험 부러워하거나 성덕으로 생각해선 안돼
묵주기도는 최고의 기도

[질문]

본당에서 어떤 신자의 신비체험을 들었습니다. 어떤 황홀경과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자랑합니다. 너무 부럽고 나는 왜 그런 일이 없는가하고 속상합니다. 신부님 저의 믿음이 얕아서 그렇지요?

[답]

어떤 환시나 황홀경은 그 사람의 성덕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성덕(聖德)으로 생각하고 부러워하며 당사자도 은근히 자랑하고 다른 사람한테 전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앙생활을 전적으로 그릇되게 이해한 것입니다. 어떤 초자연적인 것(환시나 황홀경)을 체험했다면 그것을 내가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해야 됩니다. 자랑하고 싶어한다면 그 자체로 위험스러운 것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 성인은 이런 초자연적인 감각에 관심을 두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것을 일부러 추구할 때 나타나는 폐해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 이것저것 자주 혼동하게 된다.

둘째, 자만과 허영심에 빠지기 쉽고 자칫하면 빠진다.

셋째, 악마는 이 허영심과 자만을 통하여 영혼을 속이려고 한다.

넷째, 망덕(희망)으로 하느님과 일치(합일)되는 것을 막는다.

다섯째, 대개 하느님을 얕보게 된다.(가르멜산길, 3권 8장 참조)

곧 이런 현상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영혼은 하느님 앞에 자기가 무엇이나 되는 듯한 생각이 곧잘 드는데 이는 분명 겸손과 반대되는 것입니다.

어떤 기도방식의 신체적 행위들은 평온함과 긴장이 풀어지고 완화되며 유쾌한 감정에 휩싸이고, 어떤 면에서는 영적 체험 같은 황홀경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들을 성령의 참다운 위안으로 간주하는 것은 영성생활을 전적으로 그릇되게 왜곡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윤리적 상태, 즉 도덕적 상태가 그 신비 체험에 부합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영혼은 도덕적 탈선이나 정신분열증을 나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교회문헌 ‘그리스도교 명상’, 25쪽)

우리는 그런 신비체험을 부러워하거나 그것을 성덕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내가 자랑해야 할 것은 오로지 내가 당한 굴욕뿐이라고 했습니다!”(갈라6, 14 참조)

자랑해야 할 것은 우리 주 그리스도의 십자가뿐입니다. 성덕은 오로지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과 교도권에 대한 순종으로 드러납니다. 메마름을 두려워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하는 기도가 상을 받습니다. 감정에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의지에 상을 주십니다. 그런 면에서 묵주기도는 최고의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자기의 일생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은 가볍게 취급하게 됩니다.

묵주기도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이 신앙의 신비에로 초대를 해 줍니다. 이것은 돌아가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확실한 주장이었습니다. 대신 신비 한 단 한 단을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정성을 다하며 천천히 바친다면 다른 환시나 탈혼 보다 훨씬 안전하고 풍요롭게 주님께 다가가게 됩니다. 탈선은 늘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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