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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24.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1)

필리피 공동체의 모범적 삶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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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에 대한 바오로의 묵상 기록

성경을 읽어본 사람은 누구나 느꼈겠지만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은 지금까지 살펴본 다른 서간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은 테살로니카 교회가 종말론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어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쓴 것이다. 또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은 제사와 우상문제,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교회의 분열 문제 때문에 각각 쓴 글들이다.

당시 각 교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오로 사도가 떠나고 나면 즉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해 바오로 사도를 걱정하게 했다. 직접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서간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좀 다르다. 문제가 발생한 교회가 아니다. 오히려 바오로 사도가 가는 곳마다 계속해서 후원자를 보내 뒷바라지를 할 정도로 활성화된 교회였다. 4장을 읽어보자.

“여러분 외에는 나와 주고받는 관계에 있는 교회가 하나도 없었음을 여러분도 알고 있습니다. 내가 테살로니카에 있을 때에도 여러분은 두어 번 필요한 것을 보내 주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받아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에파프로디토스 편에 보낸 것을 받아 풍족합니다. 그것은 향기로운 예물이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훌륭한 제물입니다.”(필리 4, 15~18)

바오로 사도는 다른 교회에서는 한 번도 예물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테살로니카 교회에 머물 때에도 테살로니카 교회 신자들의 예물이 아닌 필리피 신자들이 보내온 예물을 받아 생활한다.

그만큼 바오로 사도가 필리피 교회 신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필리피 신자들의 삶이 모범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신자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이다.

물론 필리피 교회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하게도 볼 수 있는 그런 대목이 딱 한 군데 나온다.

“나는 에우오디아에게 권고하고 신티케에게 권고합니다. 주님 안에서 뜻을 같이하십시오. 그렇습니다. 나의 진실한 동지여, 이 여자들을 도와주도록 그대에게도 당부합니다. 이들은 클레멘스를 비롯하여 나의 다른 협력자들과 더불어 복음을 전하려고 나와 함께 싸운 사람들입니다. 이 모든 이들의 이름이 생명의 책에 적혀 있습니다. …여러분의 너그러운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필리 4, 2~5)

두 여인이 있었는데 서로 반목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 두 여인에게 서로 싸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신자들간의 싸움은 성체조배실 아니면 감실 앞에서 해야 한다.

이 대목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내용은 필리피 신자들에 대한 칭찬과 스스로의 묵상 내용을 담고 있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만큼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은 바오로 사도의 개인적 묵상과 성찰이 가장 잘 드러나는 서간이기도 하다.

그 내용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주교님들이 피정 지도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이 바로 필리피 서간이다. 그 내용을 보자.

신학자들에 의하면 열심히 전도여행을 하던 바오로 사도도 종말 문제만큼은 이 필리피 서간을 쓰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있는 중이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원래 바오로 사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예수께서 재림을 하시고, 자신이 마중을 나가고, 또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을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죽기전에 예수의 재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작 자신이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감옥 속에서 죽음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된다. 예수의 재림과 종말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묵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해답을 찾아낸다. 바오로 사도는 은총에 의해 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 아마 무릎을 탁하고 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은 내용을 편지로 써서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살펴보기로 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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