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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23. 동방박사의 경배

동방박사의 ‘별’ 생동감 있게 그려, “성경 기초한 섬세한 묘사로 경배 당시 모습 화폭에 구현 상상으로 인물 추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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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지오토, 〈 동방박사의 경배〉, 프레스코화, 1303년-05년, 200 x 185cm, 파도바, 스크로벤니 예배당.
 

아기 예수가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때 동방에서는 박사들이 별을 따라 예루살렘에 와서 헤로데 왕에게 “유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자신이 왕인데 왕이 또 태어나다니 헤로데는 깜짝 놀랐다. 그는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는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경배하겠소”라고 말했다.

박사들은 동방에서 본 별을 따라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서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기뻐서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이 이야기는 신약성경의 일부분을 요약한 것으로 지오토는 바로 이 부분을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제목으로 그렸다.

지오토의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오른 쪽 지붕 밑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요셉, 그리고 두 천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 앞에는 세 명의 동방박사가 있고 동행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인물이 더 있으며 동방박사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낙타도 있다.

성모 마리아는 신에 대한 헌신의 상징인 붉은색의 드레스와, 영성의 상징인 푸른색 망토를 입고 아기 예수를 안은 채 박사들로부터 경배를 받고 있다. 아기 예수는 붕대로 온몸을 싼 수의를 입고 있어서 인류를 위해 대신 죽으실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요셉은 나이가 많은 노인의 모습으로 흰머리에 흰수염을 하고 있으나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첫 번째 동방박사는 가장 연장자로서 아기 예수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데 금관을 벗어 예를 갖춘 모습에서나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서 아기 예수에게 예를 다하여 경배를 드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사는 박사가 선물한 황금을 이미 들고 있으며, 나머지 두 박사는 유향과 몰약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서로 나이가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듯, 중년의 남자는 수염이 있고, 보다 젊은 동방박사는 수염 없이 그렸다.

성경에는 없지만 지오토는 센스를 발휘하여 수행원을 두 명 더 그려놓았는데 그 중 한 명만 얼굴이 보이고 다른 한 명은 이마만 아주 조금 보일 뿐이다. 낙타도 이 기쁜 일에 동참하려는 듯 표정에서 웃음이 배어나고 있다.

나는 지오토의 이 작품을 최근에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졌는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지붕 위에 다이나믹하게 그려진 붉은 혜성이다. 동방박사가 먼 이국땅에서부터 별을 따라 아기 예수가 있는 곳을 찾아왔으니 별이야말로 이 그림의 주인공에 속한다. 그런데 지오토 이전과 이후에 과연 그 누가 동방박사의 별에 관심을 가지고 그렸는가를 생각해 보니 지오토의 작품 외에는 별다른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자들은 이 혜성이 지오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던 철학자 피에트로 다바노(Pietro d’Abano, 1257~1314)가 언급했던 혜성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별을 상징적인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이처럼 생동감 있게 그린 것은 지오토가 천문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과학의 시작은 화가의 관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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