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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24.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몸, 살아 숨쉬는 인간 육체로 묘사, 요한복음 구절 빠짐없이 담아, 예수 옷 서로 가지려는 병사들, 죽음 애통해 하는 천사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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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지오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 프레스코화, 1303-05년, 200×185 cm, 파도바, 스크로벤니 예배당.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하였다.

지오토 디 본도네가 그린 이 그림에는 요한 복음의 구절들이 빠짐없이 그려져 있다. 죽은 예수는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입술이 재처럼 하얗게 타버렸다. 그리스도의 입술을 하얗게 칠한 것은 어두운 현장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으며 그림을 가까이서 관람해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수님의 얼굴에는 그가 겪은 참혹했던 고통이 미화 없이, 그러나 절제되어 표현되었다.

십자가 위에 쓰여진 ‘HIC. E. IESUS / NAZARENUS / REX IUDEARUM’라는 명패는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뜻이다.

십자가 아래 보이는 해골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타라는 곳이 해골터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 원죄의 뿌리인 아담의 해골이 묻혀 있는 곳이며,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는 아담의 무덤 위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몸을 가린 투명한 천 속으로 그리스도의 몸이 드러나 보인다. 그것은 살아 숨쉬는 인간의 육체이다. 중세 동안 수많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그리스도’가 그려졌으나 모두가 육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을 뿐 이렇게 살과 피가 있는 육체로 그리기는 지오토가 처음이었다.

그리스도의 발치에서 슬퍼하는 긴 금발머리의 여인은 막달라의 마리아이다. 지오토 이후 막달라 마리아는 늘 그리스도의 발치에서 슬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실신하여 부축을 받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여인들이다. 그들 중 후광이 그려진 붉은 옷의 남자는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요한 복음의 저자이다. 성모님이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슬퍼하는 모습을 요한과 함께 그린 작품들도 다수 있는데 그 근원은 요한복음임을 알 수 있다.

십자가 오른 쪽에는 예수님의 마른 입술을 신포도주를 적셔준 해면을 꽂은 우슬초 가지를 들고 있는 남자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의 옷을 나눠가지려는 병사들인데 한 병사가 칼로 옷을 자르려하자 옆의 남자가 잽싸게 손목을 잡고 제지하고 있다. “이것은 찢지 말고 누구 차지가 될 지 제비를 뽑자”하고 말한 대목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들 병사 그룹에서 유일하게 후광이 그려진 남자가 있는데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보고 회계한 백인대장으로 역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인물이다.

이제 눈을 돌려 공중의 천사들을 보자. 지금까지 천사들이 이토록 애통하게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이들은 인간과 똑같이 온몸으로 슬퍼하고 있다. 가슴을 드러내며 애통해 하는 자, 양팔을 벌리거나 모은 자. 위의 두 천사는 과감한 단축법으로 그려졌다. 또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받고 있는 천사는 이 참혹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지오토가 성경의 구절들을 몇 번이나 읽고 마치 유능한 감독이 배우들에게 연기를 시키듯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배우처럼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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