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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25. 천국의 열쇠 받는 베드로

‘프레스코 기법’ 완벽 재현, 그리스도,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 주는 장면, 원근감 살린 아름다운 광장, 중앙 건물은 예루살렘 황금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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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피에트로 페루지노, 〈천국의 열쇠를 받은 그리스도〉, 1482, 프레스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이 그림은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 그린 프레스코 벽화이다. 프레스코란 ‘신선한’이란 뜻의 이탈리아로 벽에 회칠을 하고 그것이 마르기 전인 축축한 상태에서 그리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그 외의 작품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거기에는 페루지노의 이 그림을 비롯하여 12점의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들이 있다. 또한 이들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장소가 교황청인 만큼 당대 최고의 유명 화가들로 구성된 일종의 드림팀이었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성경의 말씀대로 넓은 광장을 배경으로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수여하고 있고,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한 손을 가슴에 얹은 겸손한 자세로 열쇠를 받고 있다. 두 주인공의 주변에는 12제자들과 당대인들이 서 있으며 그 중에는 얼굴색이 유독 시커멓게 그려진 유다의 모습도 보인다.

인물 뒤에는 정확한 원근법에 의해 그려진 아름다운 광장이 보인다. 광장 중간에 그려진 장면 역시 성경의 일화들인데 왼쪽에는 황제의 세금에 대해 답변하는 그리스도를, 오른쪽에는 그리스도가 체포되기 직전 사람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중앙의 건축물은 예루살렘의 황금성전이고 양쪽의 고대 건축물은 로마제국 시대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연상케 한다. 사실 이 예루살렘 성전은 당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을 그려놓은 것으로써 황금 지붕에 그려진 정교한 입체감은 피에트로 페루지노가 진정 프레스코 기법의 대가로서 환영효과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개선문의 아치 위에는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을 설립했으나 식스투스 4세는 종교에 있어서 그에 못지않게 위대하다”라는 글귀가 라틴어로 쓰여 있다. 화가가 주문자인 교황에게 바치는 일종의 찬문(讚文)이다.

당시의 현대식 건축물을 중앙에 세우고 양쪽에 로마 제국의 개선문을 그려 넣은 것은 고대문화에 대한 부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 앞쪽에는 당대인들의 초상화가 눈에 띄는데 오른쪽 다섯 번째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자화상이다. 이 무렵 당대인들의 초상화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했다.

이 작품은 좌우 대칭과 안정되고 통일된 화면 구성, 인물들의 우아한 표현 등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15세기 말 르네상스 대가가 표현할 수 있는 회화적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청명한 공기, 명료한 색채 등은 이후 페루지노의 제자인 라파엘로의 작품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의 ‘마리아의 결혼’과 자주 비교되고 있으며 라파엘로가 스승의 작품에 빚을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승의 이처럼 멋진 작품을 뛰어 넘어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을 보여준 것이 바로 라파엘로가 탄생시킨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이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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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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