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여러분,
여름내 푸르던 교정의 나뭇잎들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데, 여러분 자신들은 물론,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서도 이제는 진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마음을 졸이며, 가을을 느낄 마음의 여유는 없는 듯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든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수능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대신학교) 진입로 한쪽에 새겨져 있기도 한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는 구절, 즉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라는 구절의 뜻을 잘 음미하자고 초대하고 싶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그간의 노력이 `진인사(盡人事)`에는 못 미친 것이었다고 아쉬움에 잠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합리화나 변명으로 빠지지 말고, `진인사`라는 경지란 끝이 있을 수 없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그동안 노력을 기울여왔던 자기 자신을 스스로 먼저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길 바랍니다. 또한 오랜 기간 여러분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은 가족, 그리고 선생님들의 노고도 기억합시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생각해서라도 마무리 공부와 실제 시험 과정에서나마 잡념 없이 `진인사`의 자세로 임했으면 합니다.
그와 더불어 `대천명(待天命)`하는 마음으로 수능 성적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수능 성적이 여러 모로 중요한 판단자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험생이 지닌 인품이나 잠재적 능력 모두를 드러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수능 성적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 역시 그저 단순하고 섣부른 짐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능 성적에는 내 미래에 대한 `하느님의 깊은 계획`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서 소중하게 받아들이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온 누리의 오곡백과가 각자 제 본래의 모습으로 완성되어 가는 가을, 수능시험과 더불어 수험생 여러분의 그간 기울인 각고의 노력도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아름답게 영글기를 마음 모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