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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토마스 사도의 질문

변승우 명서 베드로(평화방송 TV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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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부활 대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한 편의 영화로 본다면, 토마스 사도는 걸출한 조연이다. 4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에서만 자기 대사를 가진 인물이지만, 되살아 오신 구세주께 감히 `공인 인증`을 요구했던 그의 만용(?)은 부활 기록을 한결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눈으로 확인해야만 믿는 사람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를 새로 해보자.

 무덤에서 걸어 나온 예수가 제자들 앞에 우뚝 섰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셨지만, 평화로울 리가 없었다. 수난 당하는 스승을 버리고 도망쳤던 그들이었다. 인류 최초로 죽음을 이긴 인자(人子)를 보며 눈을 의심했겠지만, 주님을 다시 만난 격정과 당신을 외면했던 비겁의 기억이 뒤엉켜 마음속 숱한 의문들을 잠재웠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지금 그들이 만난 예수가 진정 부활하신 그리스도라면, 이제 제자들은 구세사의 증인으로서 이 소식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종교가 이데올로기였던 시대, 사도들이 전할 `뉴스` 때문에 어떤 이는 감옥의 원혼이 되고, 어떤 이는 멸문의 화를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일말의 의혹도 없이 기적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인간의 허약한 신심으로 생각하건대, 누군가 한 명은 물었어야 했고, 그가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예컨대, 십자가 고난을 앞둔 예수가 제자들에게 당신이 가시는 길을 그들이 알 것이라고 일러주시자, 토마스는 부끄럼을 무릅쓰고 동료들을 대신해 묻는다.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당돌한 그의 질문 덕분에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고 하신 결정적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요한 14,3-6 참조).  

 그를 사도로 뽑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진 이들의 입이 돼 물음을 던지고 그로 인해 생명의 진리를 한층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 말이다. 그렇게 질문자로서 주어진 마지막 소임이 부활의 진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토마스는 완강했고, 예수는 당신의 상처를 만지도록 허락하셨다. 그로써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인류는 마침내 구원받았고,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땅에서 겪는 고통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날 이후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한 사도들의 강론에선 아마도 `토마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만 믿겠다던 토마스의 의심이 예수와 일면식도 없는 이방인들로 하여금 보지 않고도 믿도록 하는 신비를 일궈냈으리라 생각한다.

 토마스 사도의 일화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토마스를 대하는 주님의 모습이다. 예수는 불경한 제자를 피하지도, 내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만신창이의 몸을 내어주며 화답했다. 의혹을 풀어주고, 확신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사도들이 숨어 있던 좁은 방이 드넓은 소통의 회당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토마스의 고백은 한없이 품어 안으시는 열린 사랑이 불러온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 교회는 자신을 향하는 안팎의 물음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흔쾌히 열려 있을까? 의심하는 제자를 통해 구원의 진리를 더욱 환하게 비추신 당신께 지혜를 청한다. 아울러, 교회 언론인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이 `토마스 사도`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복음의 길을 밝히는 두려움 없는 질문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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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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