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교회 주교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을 약속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핵 군축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촉구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와 시애틀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 일본 나가시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 전 나가시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쓰아키 대주교,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등 미·일 주교단은 9일 일본 나가시키에 모여 성명을 내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공동의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웨스터 대주교와 에티엔 대주교는 지난 1~9일 자국 순례단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일본 내 성지 순례를 함께하고, 동시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 기념식에 참석해 비핵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미·일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과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핵무기 보유조차 부도덕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종교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책임을 인식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의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번에 성명에 함께한 4개 교구와 함께 다른 지역 교회, 다른 종교들과도 협력해 비핵화를 위한 종교 간 동반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일 주교단은 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한 세 가지 활동 방향으로 △기억하기 △함께 걷기 △보호하기 등을 제시했다. 주교단은 “원폭 피해자들과 우라늄 광부, 평화 운동가, 핵공학자, 군인, 외교관 등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핵무기의 위협과 핵무기로 인한 폐해에 대해 듣고 배울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지향으로 매년 미사를 봉헌하고 핵무기로 인한 피해자들을 돌보기 위한 특별 헌금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이외에도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서명 및 비준 촉진, 핵무기 개발·유지 비용의 평화적 전환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주교단은 또 “평화를 향한 길을 가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라면서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의 유산을 만들 수 있도록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힘을 모아 기억하고 함께 걷고, 보호하기 위한 이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동성명에 참여한 4개 교구는 핵무기로 인한 직·간접적 참화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가 사용된 지역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1945년 8월 6일과 1945년 8월 9일에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또 미국 시애틀은 미국 주요 핵무기 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뉴멕시코는 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제작과 핵실험이 이뤄진 지역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