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인도·니카라과·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그리스도인 박해 급증… 초대 교회 때보다 순교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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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저버인 포르투나투스 느와추쿠 대주교는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 7명 중 1명이 박해를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초대 교회 때보다 순교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탄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스도교가 소수 종교인 파키스탄과 인도, 무장 조직이 활개치는 아프리카, 아시아 공산 국가 등 지구촌 곳곳에서 그리스도인 박해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성경의 땅’ 이스라엘에서도 가톨릭 수도원이 유다교 극단주의자들에게 짓밟히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16일 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이슬람 폭도들이 교회 6개를 불태우고, 그리스도인들을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자란왈라 이슬람 사원이 「쿠란」 모독 혐의로 기소된 그리스도인 두 명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폭도로 돌변해 그리스도교 시설로 몰려가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장로교회, 구세군, 가톨릭 성당 구분 없이 십자가가 있는 시설은 모두 공격 대상이 됐다. 파키스탄에서는 과격 이슬람 지도자들의 선동으로 촉발되는 이런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1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 유혈 충돌의 혼란도 여전하다. 인도 정부는 이 사태를 부족 간 출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수인 힌두인들(메이테이족)이 소수인 그리스도인들(쿠키족)을 오랜 세월 차별해 빚어진 참극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충돌 현장의 평화 회복을 약속했지만, 그가 이끄는 친힌두교 정당(BJP)은 표를 얻기 위해 종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치 권력자들이 앞에서는 관용을 외치고, 뒤에서는 은밀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을 탄압하는 ‘교활한 박해’가 계속되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독재 정권하에서 신음하는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 교회 상황도 점점 악화하고 있다. 오르테가 정권은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선 성직자들을 구금하고 수녀회를 추방한 데 이어 교회가 운영하는 대학의 재산까지 동결했다. 최근에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 참가하고 돌아오는 자국 신부 2명의 입국을 불허했다. 사실상 국외 추방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 무장 조직들의 교회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납치된 오블라티 선교수도회 응와오우차 신부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응와오우차 신부 피랍은 나이지리아 가톨릭 수난의 ‘빙산의 일각’이다. 6월만 해도 서품 1년 차 신부가 총에 맞아 숨지고, 은뉴위 교구의 음바마라 신부가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종교적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은 나이지리아 그리스도인은 4600여 명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공산 정부의 그리스도교 통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가종교사무국이 발표한 종교 문제에 관한 새로운 조치에 따르면 9월부터 모든 종교 활동은 정부가 공인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종교 상징물 설치도 실내로 제한된다.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은 동부 저장성 당국이 교회 외부에 설치된 십자가를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십자가 철거 작업은 시진핑 주석 3연임 확정 이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에서도 그리스도인을 향한 공격과 박해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스라엘 성지의 그리스도교인에 대한 위협과 협박, 폭력 행위가 증가했다. 교회가 훼손되고, 그리스도 성상이 파괴됐으며, 개신교 공동묘지가 더럽혀졌다.
특히 지난 7월 유다교 극단주의자들이 항구도시 하이파에 있는 가르멜회 스텔라 마리스 수도원에 침입해 난동에 가까운 행패를 부렸다. 엘리사 예언자 무덤이 수도원 성당에 있다는 거짓 정보를 믿는 무리가 유다교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수도원 점령을 시도한 것이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자발라 총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최근 공격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물리적 충돌과 멸시, 비난과 모욕은 일상이지만 특히 예루살렘 구시가지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느와추쿠 대주교는 유엔 연설에서 “평화를 이루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전제 조건이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라며 그리스도인 박해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