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로 민간인 피해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교회가 현지 주민들의 인도적 권리 보장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도했다. 전쟁 발발 이후 교황의 이-팔 전쟁 중단 촉구 관련 대중 연설만 이날이 세 번째였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인질들의 석방을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어린이와 노인, 여성, 아픈 이들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이 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팔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그 어디에서도 무고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제 (전쟁을) 그만둬야 한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11일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연이은 발언을 통해 가자지구 전체의 인도적 권리 존중과 해법을 강조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역시 모하메드 슈타이예 팔레스타인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의료 시설과 각 종교의 예배 장소가 분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편 교회의 요청은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SNS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통보하는 등 지상군 투입을 본격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외신들은 지상군 투입이 현지인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에 3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이나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 악화가 자명한 상태지만 이들을 피란시킬 구체적인 방법은 요원하다. 유일한 육상 통로인 라파 통행로마저 이집트 정부의 반대로 굳게 잠겨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만 환자 2000여 명이 있는데, 위중한 상태를 고려할 때 이들을 옮기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고조되는 위기 속에 지역 교회들은 더욱 간절히 평화 염원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끔찍한 분쟁이 멈추기 전까지 평화를 위한 기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우리 교구 역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다친 이들, 인질로 잡힌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지난 17일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정해 단식과 기도 속에 한목소리로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레지나 린치 수석대표는 성지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한 기도 캠페인에 나선다고 밝혔다. 레지나 린치 대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당신의 평화를 우리에게 허락하시도록 믿음과 신뢰로 기도하자”며 “세계 평화와 일치를 위한 100만 어린이 묵주 기도 캠페인에서 이스라엘의 평화를 함께 지향하며 기도를 바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