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개 석상에서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 주교가 교구장직에서 해임됐다.
교황청 공보실은 11일 “교황이 조지프 스트릭랜드 주교를 텍사스 타일러교구장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교황이 지역 교회 교구장을 해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교구장직 수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경우, 스스로 사임하는 형태로 교구장직에서 물러난다. 해임된 스트릭랜드 주교는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구장직이 공석이 된 타일러교구는 새 교구장이 임명 전까지 텍사스 오스틴교구장 조브케스 주교가 교구장 서리로서 이끌게 됐다.
교황청은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선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교황청과 지역 교회는 스트릭랜드 주교의 교구장직 해임이 오랜 감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타일러교구가 포함된 텍사트 동부ㆍ남부 지역 관구장인 갤버스턴-휴스턴대교구장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은 이같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수개월 전부터 타일러교구에 (감사를 위한) 사목 방문이 이뤄져 왔다”면서 “신중한 검토 끝에 스트릭랜드 주교의 사임을 요청하기로 했지만 9일 스트릭랜드 주교가 교구장직 사임을 거부했고 11일 교구장직에서 해임된 것”이라고 전했다.
바티칸뉴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스트릭랜드 주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공개 석상에서 교황의 정통성과 수위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해온 것이 해임 결정의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외신들은 “교황의 해임 결정은 스트릭랜드 주교가 10월 31일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언급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정한 교황을 밀어냈다’고 비난한 ‘친애하는 친구’의 편지를 읽은 지 2주 만에 내려졌다”면서 “주교의 발언 가운데는 교황의 신성을 공격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 “스트릭랜드 주교는 자신의 SNS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등 ‘극우’적 메시지를 펼쳐 논란이 된 바 있다”면서 “스트릭랜드 주교가 지난 9월 5일 성체성사, 보편주의의 오류 등을 주제로 발표한 사목 서한 가운데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뤄진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치는 내용이 포함된 것 또한 해임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