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여러분 광장에 나가지 못해 미안합니다. 오늘은 폐렴 때문에 창가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 문제로 11월 26일 주일 삼종기도를 화상으로 주례했다.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이 아니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비대면으로 신자들과 만났다. 신자들은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의 기도에 함께했다. 교황이 건강 문제로 삼종 기도를 화상으로 대체한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삼종기도 당일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듯 여러 차례 기침했고, 정맥주사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강론은 교황 보좌관 파올로 브라이다 신부가 대독했다.
앞서 교황청 공보실은 하루 전인 11월 25일 성명을 내고 “교황이 가벼운 독감 증세를 보여 폐합병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로마의 병원에서 CT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교황이 화상으로 삼종기도를 집전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교황의 건강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1936년생으로 올해 86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과 6월에도 호흡기 질환과 탈장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교황은 주일 삼종기도 당일 강론을 통해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여 등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교황은 “기후 변화는 지구의 모든 생명, 특히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한 문제이며,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뜻을 어기는 것”이라며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일시적 휴전으로 하마스가 붙잡고 있던 인질 일부가 석방된 것에 하느님께 감사를 표하며 “모든 인질이 풀려나고, 가자 지구에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