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키가 작았고 몸이 약해서 마이너였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육신이 작고 약하면 무리 중에서 밀리게 되어있다. 그다음 집안이 가난했고 돌보는 가족들이 시원치 않았다. 이 또한 치명적인 마이너였다. 자라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사람들은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외부적 조건에 기대어 살았는데 그 어떤 것도 나에겐 튼튼한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그친 학력이 끝내 내 발목을 잡았다. 내내 시골에 살았으므로 열등의식의 근원이 되었고 초등학교 교직을 고집했으므로 이 또한 자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탓하지 않았다.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시를 쓴 일도 그렇다. 산문 영역의 작가보다 빛을 보는 기회가 드물었고 인세나 원고료 면에서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 또한 탓하지 않았다.
오십 년 넘게 연애편지를 쓰듯 시를 써서 세상에 보냈으나 받아주거나 반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제 겨우 팔십 살 가까운 사람이 되어 책이 팔리고 나의 글을 알아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그것도 어린 독자들이 많이 생겼다. 이거야말로 내가 마이너임을 자처하면서 오래 견뎌온 결과요 축복이라 생각한다. 나의 일생은 이렇게 마이너를 타박하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아끼며 오랜 기간 살아온 길고도 초라한 강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하다. 나는 나의 모자람과 가난함을 굳이 타박하지 않고 그것을 또 멀리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동행하면서 친해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마이너가 조금씩 메이저로 바뀌고 있었다. 정말로 그건 그러하다. 나의 일생은 또 나의 마이너를 메이저로 바꾸면서 산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마이너는 힘이 세고 싱싱하다. 마이너는 우리에게 부지런하고 미래의 희망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마이너임을 자처한다. 조금쯤 형편이 나아졌다 해서 그 무엇도 바뀐 일이 없다. 여전히 모자를 쓰고 큰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공주 시내를 쏘다니며 산다. 공주 사람들이 그런 나의 모습과 삶을 사랑하고 좋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내가 망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안다. 우선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고급 승용차를 한 대 사서 몰고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 뒷짐을 지고 거만한 척, 아는 척, 있는 척 목에 힘을 주면 대번에 망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여전히 나는 마이너의 삶을 산다.
오늘날 자신이 마이너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도 나는 말하고 싶다. 정말 당신이 마이너인가? 그렇다면 그 마이너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그 마이너가 메이저가 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며 살아볼 의향은 없는가!
글 _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현재 공주에 거주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문학 서적 100여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