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슈바이처’로 불린 최분도(B. Zweber, 1932~2001) 신부는 1964년 미군 함정을 인수해 개조한 병원선 ‘바다의 별’로 낙도를 돌며 무상으로 환자를 돌본 인물이다. 3년 뒤 덕적도본당에 부임해선 ‘복자 유(대철) 베드로 병원’을 개원했고, 섬 주민들을 위해 전기와 수도도 설치했다.
인천교회사연구소(소장 장동훈 신부)가 서해 섬에서 사목한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활동을 정리한 자료집을 펴낸다. 하느님·이웃 사랑을 실천한 선교사들의 삶을 회고하고, 복음화의 모범으로 삼기 위해서다. 자료집은 올해 상반기 발간 예정이다.
잊혀가는 선교 사제들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인천교회사연구소는 교구 신자들이 소유한 선교사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다. 품목은 △선교사 활동상(본당 사목·사회복지·건축·친교 등)을 담은 사진 △출판물(상본과 기도서·본당 소식지 등 선교사 관련 자료 일체 또는 신문 기사나 증언·건축 도면·청사진) △선교사 유품 등이다.
교구 설정 초창기인 1960년대 서해 도서 지역에는 북한에서 건너온 피란민이 다수 거주했다. 좁은 섬에 갑자기 많은 인구가 모이다 보니 의료·복지·교육 기반 시설이 부족했다. 메리놀회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와 더불어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투신했다.
최분도 신부가 인술(仁術)로 헌신했다면, 미국 ‘밀러’ 맥주 창업주의 외손주인 전 미카엘(M. Bransfield, 1929~1989) 신부는 강화도 주민의 자립을 돕고자 농가 소득 증대사업과 농촌 기계화운동에 앞장섰다. 1966년 랜드레이스(덴마크 품종) 돼지 15마리를 수입해 양돈 사업을 시작, 새끼를 칠 때마다 지역 신자·주민에게 시세 절반에 분양했다. 탈곡기와 경운기 등을 구매해 공소 신자에게 분배하는 등 서해 도서민들을 물심양면 돌봤다.
1965년 영종본당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진필세(J.P. Sinnott, 1929~2014) 신부는 ‘예수성심영종병원’을 설립해 무료로 의료혜택을 제공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간척 사업도 펼쳤다. 인권 운동에도 헌신, 유신 정권 치하에서 인민혁명당 사건이 고문에 의한 조작임을 알리려 힘썼다.
부영발(E. Moffett 1922~1986년) 신부는 1959년 백령도본당 초대 주임으로 부임해 14년간 사목했다. 창고를 고쳐 임시 성당으로 사용하는 중에도 보육원·양로원과 ‘복자 김(대건)안드레아 병원’을 세웠다.
인천교회사연구소는 “서해 도서 지역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선교사들에 대한 기억과 유물·기록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며 “특히 부영발 신부와 전 미카엘 신부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