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기어이 올 것이 왔다! 곳곳에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만일 이것이 추진된다면 강화도에선 역사 이래 가장 큰 토목공사가 전개될 것이다. 가슴이 철렁한다. 새만금 ‘짝’이 날 것 같아서다. 강화는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의 보물섬이라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이런 강화가 지속할 수 있는 데에, 어떤 현수막 글귀처럼 ‘경제자유구역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한다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결정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몹시 성급하고, 노령화된 군민들에게 장단점과 타당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군수의 연두 방문 자리에 갔더니 입구 안내대에서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에 찬성하라’는 서명을 받고 있었다. 별다른 설명도 없거니와,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은 채 주민들의 서명이 포개졌다.
농촌을 떠난 자녀를 둔 농부들에게 경제자유구역 추진은 넓은 농토를 처분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겠다. 그렇게 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강화섬이 육중한 사각기둥의 빌딩들로 점령당할 게 뻔하고, 복구 불능일 것이다. 더욱이 경제자유구역의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원래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부터 실시돼, 외국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인천을 시작으로 한 국내 9개 경제자유구역에 실제로 외국인 기업은 4에 불과하고 국내 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거기에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지역 간 경제 격차와 환경파괴이다. 개발자들은 일단 많은 혜택을 받고 개발 사업권을 얻고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산업 용지의 비율을 줄이고, 아파트 같은 주거 용지의 비율을 늘려 신도시로 변질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강화가 꼭 배웠으면 하는 곳이 있다. 자연을 택해서 경제도 살린 곳, 바로 순천만 갯벌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2023년에 이어 작년에도 전국 1등 관광지로 자리를 굳혔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랫동안 개발과 보전의 격론을 거쳤고, 조사를 통해 생태적 가치를 확인한 후 민관이 함께하는 ‘순천만생태관광협의회’가 결성되었다. 이후 ‘습지보호지역’으로 공포되고 2004년 순천만 생태공원 개관에 이르게 되었다. 2015년에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고, 202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얼마나 하느님께서 좋게 보실 일인가!(창세 1,31 참조)
그런데 강화는 순천만 갯벌 국립공원보다도 훨씬 풍부한 생태 보물섬이다. 멸종위기종 저어새와 천연기념물 두루미, 황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흰꼬리수리 등 수많은 희귀 조류의 보금자리다. 세계 5대 갯벌에도 속한다. 고맙게도 인천갯벌 2026 시민협력단이 직접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16일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진다. 강화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자연 덕분에 진짜 강화다움이 보전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190항에 의하면, 환경보호는 시장경제로 적절히 보호할 수 없다. 이윤추구가 목적일 땐 환경이나 미래세대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은 착취 가능한 경제적 자원 창고쯤으로 여겨질 뿐이다. 더욱이 사물들의 가치, 인간과 문화에 주는 의미, 가난한 이들의 관심과 필요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기후위기와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소수의 자유경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와 자연 생태계의 평화와 안전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묻고 싶은 것이다. 굳이 강화에까지?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