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만남이라면, 그 만남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질 것이다. 최근 야구계의 전설, 장종훈 선배님과 만남을 가졌다. 나뿐 아니라 야구계 여러 지인, 팬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장종훈이 누구인가. 그 이름 자체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아닌가. 지금도 ‘홈런왕’ 하면 장종훈을 떠올릴 정도로 현역 시절 홈런 타자의 상징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1992년 KBO 리그 최초로 단일시즌 40홈런을 달성했고(1990년대에는 지금보다도 경기 수가 훨씬 적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3년 연속 홈런왕(1990년~1992년, 이는 장종훈, 이만수, 이승엽, 박병호만이 달성한 기록이다)과 3년 연속 타점왕(1990년 ~ 1992년), 3년 연속 최고 장타율(1990년~1992년)을 기록한 전설의 선수다. SK 와이번스의 최정이 341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오랫동안 지켜오던 우타자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최근이었던 2020년 6월 18일이다.
그런 전설의 타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장종훈을 만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장종훈 선배를 스타라는 존칭으로 부르며 추켜세우기에 바빴다.
그런데 장종훈 선배는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우는 일이 없었다. 자신의 기록을 두고 자랑하지도 않았다. 남들이 스타라고 불러도 맞장구조차 치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배려했다.
나 같았으면 내가 돋보이고, 날 알아주길 원하고,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서서자랑할 법도 한데 장종훈 선배는 묵묵히 남의 이야기만 배려하며 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스타로서 상대방을 대하지 않았고, 모두의 말을 경청했다. 그날 모임에서 그는 한 번도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가장 돋보였다. 장종훈 선배는 늘 평온하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도 뛰어나시다. 아무리 나이 어린 사람이라도 존중해 주신다. 그래서 모두 야구 후배들이 그의 인품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누가 봐도 그날 만남의 주인공은 장종훈 선배였다. 하지만 장종훈 선배는 스스로 그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옴으로써, 남들이 그를 주인공의 자리에 올리도록 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다. 장종훈 선배와의 만남은 늘 행복하다. 그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스타의 품격’은 장종훈 선배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글 _ 안경현 (토마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회장, ‘모두의 예체능’ 대표)
강원도 원주 출신. 원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2년 OB 베어스에 입단 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를 거쳐 2010년 은퇴했다. SBS Sports 및 SBS ESPN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회장이다. 어린 시절, 원주교구 학성동성당에서 복사로 활동했다.